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Aug 17. 2024

주위를 둘러봐도 시계는 없었다.

서랍은 항상 엉망이다. 오죽하면 물건이 뒤섞일까 손잡이 부분에 라벨지를 붙여놓기까지 했을까.

그렇게 까지 했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칸이 엉망이 된다. 그럼 난 결국 테이프라고 쓰인 칸에서 가위를 꺼내게 되겠지.


근데 그게 또 재밌다.


분명 내 글씨체로 분필 칸이라 써놨음에도 열어보면 색연필이 나온다. 서랍이 나를 만나더니 나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나만 재밌어도 될까.


천천히 가도 빠르게 가도 서랍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랍이 경적을 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왠지 놓아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따라오던 사람들은 다들 내 손에 글자를 쥐어주고  떠나갔다. 그때마다 초침소리가 아주 크게 울렸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시계는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음악이 끝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