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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7시간전

새벽은 해가 뜨는 걸 모르고 싶다.

1분 소설

나는 노래를 곧잘 흥얼거렸다. 

새벽은 내 노랫소리가 지나간 길에 자전거를 세워 놓는 사람이다. 그 자전거는 내가 넓힌 길 안에서 안온하게 세워져 있다. 때때로 담담한 그의 목소리가 내 노래에 화음을 더할 때 그 자전거가 움직이기도 한다.


작은 방에 사는 새벽. 미니멀리스트인 그의 방에는 모든 것이 작게 존재한다. 단 하나 예외가 있는데 그건 바로 창문이다. 그래서 대낮엔 불을 켜지 않아도 밝다.

하지만 해가 유리창을 넘어오는 시간은 새벽이 제일 괴로워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방에 암막커튼을 달아줬다.


- 어두우니 좋다. 가끔 난 해가 드는 걸 모르고 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새벽이 말했다. 의자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는 그의 고개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었다.

때때로 그가 새끼 달팽이가 안고 다니는 집처럼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발 디딜 틈이 없어도 새끼 달팽이가 안고 가는 집 위엔 발을 내딛을 수 없다. 부서지면 끝나는 이야기도 있을 테니까.


나는 해가 없어도 새끼 달팽이가 안고 가는 집을 밟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 모르도록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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