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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Dec 26. 2024

모르는 사람

스물세 살 무렵 한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 마주한 손님이 내게 한 말은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 많이 울겠네.


뭐지, 초면에 저주인가. 

그는 내 눈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내 눈이 어떻다고 그러는지 궁금하긴 했으나 괜히 더 말 섞고 싶지 않아서 웃으며 하하 네네. 하며 넘겼다. 

그는 마지막으로 눈물점 얘기를 남기며 사라졌다. 

휴게실에 가서 내 눈을 찬찬히 살폈다. 왼쪽 눈 밑에 점이 있었다. 눈물점이라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긴 했지만 괜히 쓸데없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한동안 그 점을 빼야 하나 생각도 들었는데, 얼굴 군데군데 다 점이라 꽤 많은 돈이 들겠거니 싶어 포기했다. 할 일 없을 때 얼굴에 점을 다 세어 봤는데 열다섯 개나 있었다. 심지어 윗입술과 팔자주름, 눈썹에도 점이 있는 게 아닌가. 


그때 그 손님의 예상과 같이 내가 많이 울긴 한다. 인류애 충전 영상을 보며 울기도 하고, 누군가와 다투다 울기도 하고, 잇따른 상실에 슬퍼서 울기도 한다. 

앞으로 울 일이 더 많을 거 같다. 어쩌면 눈물도 내 일부로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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