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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Aug 27. 2022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2

누군가 말했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이 문장이 모든 것에 들어맞진 않지만, 연애와 젊음과는 궁합이 제법 맞지 싶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른 채 서른을 마주한 '율리에'. 평균 수명이 두배 가까이 뛰었지만 고집불통 세상은 여전히 서른이라는 나이를 꽤나 어른으로 치부한다.


(사진 아래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있음)

아직 가본적없는 오슬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소위 기득권 남자 '악셀'을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율리에'는 본인의 흔들림과 함께 잘난 남친의 인생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녀의 인생이 아닌 곳에서의 삶은 조연일 수밖에 없다보니 시나브로 김이 새기 시작한다.


'율리에' 조연의 삶에 지쳐가던 어느 , '악셀' 삶에서 단역을 맡아야 하는 하루가 찾아와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외로움에 멀미를 느낀 '율리에' 완벽한 타인만 있는 장소로 옮겨가 단독 주연의 저녁 시간을 보내며 오랜만에 해방감을 맛본다. 그곳에서 만난 낯선 남자 '에이빈드' 보낸 시간은 짜릿하게 뒤통수를 치며 흔들리는 그녀를 멈추게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연애는 참, 거기서 거기인가


매사에 남들보다 조금씩 늦게 깨달음을 얻는 나는,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외적인 매력과 내적인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물론 오직 내 취향에 한정된 '나의 기준'임)

이 사실이 머릿속에서 쑥 하고 떠올랐던 순간 마치 나를 뺀 온 세상이 멈춘 기분이었는데, 그때의 기분과 너무나도 흡사한 장면이 나와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이 장면에서의 '율리에'도 나와 비슷한 어떤 확신이 머릿속에서 종을 쳤을 거다. 재밌게도 그때의 나와 '율리에'가 처해있던 상황은 정 반대였는데, 결국 같은 선택을 향했다.


나와 같은 선택을 향해 달리는 율리에


원하지 않는 것은 기똥차게 찾아와 불쑥 등장을 하지만, 여전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는-아니 원하는 것이 흩어져있음을 인정하기 싫은-그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 시간에 저지른 실수는 나조차도 모르고 있던 나를 찾아주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겪어보며 알게 되는 소소한 발견들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상인 나와의 화해의 장을 만들어준다.



12개의 장으로 이어진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적인 영상미와 BGM을 뽐내어 눈과 귀가 보는 내내 즐거웠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일 텐데, 영화와는 겉도는 느낌이었다. 원제목인 'Verdens verste menneske'의 의미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오히려 많은 관객이 혹하지 않았으려나.



사랑해
그런데 사랑하지 않아


너에게도 나에게도 여러 번 듣고 내뱉었던 문장으로 마무리.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Verdens verste menneske (2022)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프랑스 드라마, 코미디

(감독) 요아킴 트리에 Joachim Trier

(출연) 레타네 레인스베 Renate Reinsve,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Anders Danielsen Lie, 헤르베르트 노르드룸 Herbert Nord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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