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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Mar 17. 2024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 떠나다 - 4

24년 1월 사가-나가사키 여행


나가사키에서 사가로 돌아가는 아침.

역시나 눈발이 날린다. 나가사키역 앞에 눈 내리는 감흥에 대해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촬영팀을 보고, 역에 붙어있는 매장에서 우리의 구원자 스님에게 전할 작은 선물을 샀다.


나가사키에서 이렇게 눈을 만날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행동반경이 계획보다 조금 좁아졌지만 눈에 담긴 포근함은 배가 되었다.

나가사키, 안녕.



다시 돌아온 사가.

이번 여행의 마지막밤, 오늘의 숙소는 료칸이다.

1930년에 개관하여 몇 번의 리뉴얼을 거쳐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고풍스러운 료칸은 외관, 로비, 욕탕, 침실, 식당, 심지어 프런트에 있는 직원까지 모두 우아했다.


낮달이 뜬 사가 하늘


눈 내리는 나가사키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사가의 날씨는 화창 그 자체.

호텔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기차표 사건‘을 해결한 뒤 사가역 앞 낮술이 가능한 이자카야에서 오징어회와 맥주를 맛보고 돌아오니, 우리가 묵을 방에 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양식 룸을 예약했는데, 소품부터 침대까지 모두 이 료칸만의 느낌이 뿜뿜. 작지만 단독 사용이 가능한 욕탕이 특히 좋았다. 료칸 구경 및 휴식을 좀 즐기고, 저녁을 먹으러- 여행 마지막밤 메뉴는 야키니쿠! 사가규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비록 세 시간 전에 오징어회를 먹었지만..) 이걸 안 먹고 갈 순 없지, 암.





사가시는 여행객이 적은 도시다 보니 곳곳이 차분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밤은 여유롭게 산책, 목욕, 간단한 야식을 즐기며 보내줬다.




료칸 조식을 맛있게 먹고,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지막 산책을 했다. 동네 빵집에 들르고. 귀여운 버스와 작은 사찰, 동네 개천까지 구경을 하니 공항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있었다.




사가는 여행객이 많지 않은 동네여서 일본 타 지역보다 오히려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뭔가 오랜만에 진짜 일본을 보는 기분이랄까.

한산하지만 우아한 백화점과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마트가 제일 대비되는 광경이었는데, 요즘 세계 전반적으로 큰 이슈 중 하나인 세대 간의 격차를 상황으로 실현해 놓은 것 같다는 잡생각이 났다.



사가 공항 옥상에 올라가면 하늘과 맞닿은 바다와 활주로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여행의 끝자락, 부디 세상의 많은 격차가 점차 맞닿아지기를 바라보았다.



사가공항에서 소원을 빌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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