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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Jun 09. 2024

오호츠크해로 달려보자 - 1

24년 5월,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로망이 있었다.

좋아하는 홋카이도에서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을 하며, 대중교통으론 만나기 힘든 곳들을 여행하는 것. 그 끝에 오호츠크해를 만나 보는 것.


일본에서의 운전 경험은 끽해야 5시간 정도, 메인 드라이버 메이트가 있던 여행 중 잠시 운전대를 잡아본 것이 전부였다. 근래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여 여행을 해온 터라, 이 로망 실현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실행해 보리라 올초에 결심을 했었다. 마침 4월 말부터 5월 초 연휴가 끼어있는 기간에 같이 여행에 나설  두 명이 모여졌다. 일행 두 명은 운전을 할 줄은 몰랐지만, 센스 있게 기기를 다뤄가며 내 컨디션을 양해해 줄 아량 넓은 친구들이었기에 머뭇거림 없이 화끈한 루트를 계획했다.




여행기간은 9일, 이동 거리는 총 800km.

4월 말, 세명은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삿포로를 향했지만, 우린 렌터카 사무실 인근 미나미치토세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이곳에서 긴 이동 전 에너지 충전을 하기로 했다.

새로 생긴 숙소는 최고급 호텔 수준의 시설, 청결에 넓은 평수까지 구비되어 있는 맨션이었는데, 그야말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밤에는 길에서 곰을 만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엣헴.



5월 초는 일본에서 가장 북쪽인 홋카이도에 봄꽃이 피는 기간, 덕분에 온갖 꽃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첫날 저녁은 당연히 이자카야. 작년 여행 마지막날 방문했다가 만석으로 허탕 쳤던 지토세의 아자카야에 자리 잡고 맛있는 음식과 맥주로 건배를 나눴다.



둘째 날, 기린맥주공장 투어 예약을 해두었기에 지토세 인근 기린 맥주 공장에 들러 야무지고 귀엽게 세팅된 투어를 하고, 탄산이 깔린 실크 같던 기똥찬 기린 생맥주를 네 잔씩 맛보았다. 아니 어쩜 이렇게 맛있담. 술집에서 마시는 맛에 비해 스무 배쯤 풍미가 좋았다.



기력을 충전했으니 이제 렌터카를 받아 북쪽을 향할 준비가 되었다. 예약을 서두른 덕에 저렴하게 빌린 렌터카에 캐리어 세 개를 싣고, 일행이 세팅해 준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첫 번째 목적지 핀네시리산장을 향할 채비를 마쳤다.


긴 시간 동안 머릿속에선 정리했지만 막상 실행에는 온전히 옮기지 못했던 ’너무 많은 것(사람)에 연연하지 말자 ‘를 드디어 올해부터 제법 행하며 사는 중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해방감이 꽤나 쏠쏠하다. 생뚱맞게도 미나미치토세에서 북쪽을 향해 달리기 전날밤, 그 해방감이 나의 입꼬리를 올려줬다.



오호츠크해야, 기다려
곧 보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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