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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Jun 11. 2024

오호츠크해로 달려보자 - 2

24년 5월,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작년 늦여름, 생각지 않았던 전개에 누군가에게 크게 실망을 했다. 그날 이후 3개월 가까이 머릿속이 종종 혼잡했었다. 쨍한 찬기가 코끝을 건들 무렵에서야 그 사람을 대할 나의 태도가 결정되었다.


해외에서 첫 장거리 운전을 나서는 날, 비행기가 보이는 파란 하늘 아래, 왼쪽 주행을 주절거리며 어색함을 어깨에 올린 채, 홋카이도 337번 국도에 들어섰다.


신치토세 공항을 향하는 비행기


오늘의 점심 메뉴는 애정하는 우동. 일본여행에서 절대 빼먹지 않고 꼭 먹는 음식 중 하나다. 두 시간쯤 달려 타키카와에 있는 우동전문점에 들렀다. 탱그르르르하고 쫄깃한 통통 면발에 온센 타마고를 터트려 입술 사이로 호로로록. 개그맨 김준현의 말처럼 우동은 참 섹시한 음식이다.


장 보러 가는 우리들



이 동네 마트에도 들러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거리 장을 보기로 했다.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장에서 묵는 날이라, 이것저것 빠짐없이 장을 보고 다시 출발. 두 시간 달렸다고 어색함이 좀 사라져 있었다. 물론, 와이퍼와 깜빡이 혼선은 제외.


산길에 들어서니 생경한 풍경이 이어지며, 야생동물(사막여우, 사슴, 곰 등)을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계속 나온다. 우리 이러다가 진짜 동물 만나는 거 아니야? 하고 얼마나 지났더라. 맞은편 찻길에 요크셔테리어 같은 작은 동물이 걸어왔다. 저거 강아지야? 하며 지나는데, 어머머머 사막여우! (찰나에 지나서 사진이 없다. 이후에도 한번 더 사막여우와 마주쳤다.)


그야말로 아무도 없던 산길


동물들 외엔 아무도 없는 산길을 한참 달려 오후 6시경, 오늘의 숙소 산장에 도착했다. 아마도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은 산장은 제법 큰 규모였다. 이쁜 독채 산장 여러 채가 듬성듬성 있고, 한쪽엔 우리나라로 치면 글램핑이 될듯한 존과 전형적인 사이트로 된 캠핑존도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곳은 독채 산장. 친절한 사장님의 트럭을 따라 주차를 하고 키를 건네받았다. 이 산장 마을 전체가 너무 아름답고 독채 산장 외형도 이뻤지만, 숙소 내부의 청결함까지 완벽하여 우린 모두 이 숙소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옛 기차역 설명을 보는(척 하고 있는) 나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급히 산장 마을 산책에 나섰다. 산장 마을 한쪽엔 이곳에 있던 옛 기차역을 일부 보존해 두었고, 맞은편에는 진짜 곰들이 살고 있을 숲이 이어져있었다.

긴 시간 운전해서 눈과 허리가 피곤하고 배도 고팠는데, 한눈에 반해버린 숙소 때문인지 컨디션이 오히려 좋아졌다. 숙소로 들어와 장 봐온 음식을 착착 꺼내 저녁 식사를 했다.


고기, 버섯, 숙주,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맥주


홋카이도 야채는 유독 맛있어서 종류별로 듬뿍 사 왔는데, 역시는 역시. 즉석밥까지 곁들여 야무지게 식사를 하고 산장 스태프가 놓치지 말고 즐기라 했던 별구경을 하러 산장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깜깜한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촘촘.


인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많은데 뭐 하러 그리 옹졸한 고민을 종종 했던가...



아, 몰랑. 지금 행복하잖아!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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