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5월,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새소리가 상쾌하게 들리는 아침.
어제의 피로를 핑계로 늦으막이 일어나 보니 일행들은 이미 하루를 시작했는지 숙소가 고요하다.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 어제 들른 카페에서 사 온 드립백을 꺼내 커피를 내리며 앞마당으로 통하는 발코니 창을 여는 순간, 갑자기 짙은 갈색 형태가 훅하고 나타나 꺄악 소리를 치며 기겁을 했다. 곰인가!? 일행 중 한 명이 앞마당에 앉아 있다가 안에서 기척이 들러 마침 들여다보려던 중 나와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민망함에 까르르 웃으며 함께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조금 했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샌드위치.
어제 장 봐온 빵, 햄, 치즈, 계란, 야채를 꺼내어 호로록 샌드위치 3개를 만들어 먹고 짐을 다시 꾸렸다. 체크아웃을 하러 산장 관리실로 가 키를 반납하고 인근 산책을 마저 하고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서인지 산장은 고요 그 자체. 뽀얀 안개가 살짝 감도는 아침 산장이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여긴 나중에 또 오고 싶다는 후기를 나누며, 우리의 메인 여정 "오호츠크해"를 향해 출발.
산길을 벗어나니 작고 귀여운 동네가 등장했고 국도 옆 야산에는 사슴 떼가 지나간다. 현실 같지 않던 순간, 이 정도로 놀라? 싶게 바다가 펼쳐졌다. 와- 바다- 오호츠크해-
넘실거리는 파도와 하늘빛 바다가 순식간에 펼쳐졌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 주차를 하고 바다와 만났다. 바람이 거센 날이었는데, 귓바퀴 속으로 바닷바람이 우글댄다. 눈앞은 온통 파도, 하늘, 파랗고 파랗다.
마침 맞은편에 간이 휴게소가 있길래 잠시 들러 바람에 치인 몸을 정비하고, 다시 소야곶으로 달린다. 소야곶은 '일본 최북단의 땅'(日本最北端の地)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어 일본인들도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다. 바다 건너 사할린섬이 육안으로 보이는 곳.
소야곶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작은 동네 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인 분 아들이 야구를 하시는지 오랜 시간이 느껴지는 가게 곳곳에 아들 사진이 걸려있다. 소박한 분위기와 딱 떨어지는 음식들로 흡족한 식사를 하고, 소야곶 맞은편 언덕을 올라 바람과 한바탕 전투를 또 벌였다.
내 취미생활 중 하나가 구글맵을 열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가고 싶은 곳을 꼽아보는 것인데, 여기 소야곶도 그 대상 중 한 곳이었다. 언제 가보나 하던 곳에 도착을 하면 늘 느껴지는 나만의 감동이 있다.
소야곶에 있는 대한항공 격추 사건을 위로하는 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몸을 덜덜 떨며 차에 올랐다.
세상에, 최북단 바람은 다르구나!
내가 드디어,
오츠크해를 마주하다니!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