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는 내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멋있고 사랑스러우니깐.
승무원이 되고싶다고 내 블로그에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항상 그런말을 했었다. ‘승무원이 다가 아니에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되 만약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본인은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니까요.’ 내가 준비하던 시절에도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되 그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속상해 말기로, 그리고 언제까지 기한을 정해놓고 그 때까지 되지 않는다면 깨끗히 포기하기로 했다. 너무나도 하고싶은 일이지만 세상엔 노력만으로 다 이뤄낼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나는 어렸지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슬픈일이지만 정말 세상이 그렇다. 내가 비행이 다시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내 상황처럼.
그런 마음으로 비행일을 시작했다. 나는 정말 운좋게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내가 운이 좋았다고 말해왔다. 요즘 세상에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 어딨겠뇨? 다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상에 나는 열심히 했기에 취뽀를 했다! 라고 말하기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 미안했다.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 그 사람들을 더 열심히 살으라고 채찍질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나 자신을 감사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내가 잘나서 승무원의 일을 하고 있고 너는 못나서 여적 승준생인게 아닌, 너와 나는 같지만 내가 운이 좋아서 먼저 일을 시작하고 있다고.
그렇게 남들에게는 늘 긍정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으면서 나는 왜 나 자신에게는 그런말을 해주지 못했을까? 왜 비행을 그만두고 과거에 얽매어서 비행이 어쨌다 비행이 저쨌다 추억팔이만 하고 있는걸까. 물론 인간은 과거의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인지라 비행을 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행복해하는건 참 좋지만 내가 너무 이 직업에 집착을 하고 있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집착할만큼 내가 사랑한 일이었기 때문이겠지만 무언가에 집착한다는것, 굉장히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언제 다시 비행을 하게 될수 있게 될지 아니 다시는 비행을 못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존재의 이유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무엇을 하는 Do의 관점이 아닌 내가 존재한다는 것 Be의 관점으로 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비행을 하고 안하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능력있고 매력적인 사람이니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정말 집착이라는건 참 무서운거구나.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라고 해도 집착이라는것이 마음에 붙어버리니 이렇게 사람이 초라해져버리는 구나 라는걸 느꼈다.
비행을 쉬고 1년, 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지만 정말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다. 앞으로 이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나는 무슨일을 하더라도 감사할수 있을터이고 만족할 수 있을것 같다. 아직도 참 마음이 가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단지 여행이 좋아서 시작했던 것이고 여행은 그만두고 나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너무 붙잡고 늘어지지 말자. 이미 마음이 떠난 남자를 붙잡는다고 돌아오지 않듯이 내 인연이면 다시 돌아올터이고 아니면 보내주면 그만이다. 난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이 곳에서 존재의 기쁨을 느끼며 순간의 소중함을 감사하며 충분히 자족할 수 있는 삶을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