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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Feb 01. 2023

회사에서 영어 이름은 처음이라

직급이 없는 회사, 어떤가요?

(전편에 이어)

https://brunch.co.kr/@yoonjungnomad/24



입사 전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전달 받았다. 채용 건강검진과 필요 서류 다음으로 눈에 띈 한 가지가 있었으니.



"앞으로 생활하시면서 불릴 닉네임을 준비해주세요."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는 드라마에서도 보았고 전 직장에서 먼저 이직한 동료들에게 들은 적이 있어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일원이 될 줄이야.


첫 직장인 대학병원에서는 '000 선생님'의 풀(full) 호칭에서 성을 뺀다거나 '쌤' 등으로 줄인다거나 하는 것은 거의 터부시되었다. 그 영향으로 다음 직장인 스타트업에서도 한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성을 빼고 '씨', '님', '쌤' 등 호칭을 붙이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겨우 적응하고 나니 이제는 호칭까지 생략하란다!


이 기회에 7살 때 영어학원에서 강제로 지어졌던 할머니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요즘 세대 이름을 얻으리라. 약 2주 간 고민 끝에 꽤 멋진(멋지다고 생각한) 중성적인 이름을 골랐다.


첫 날 간단한 새로 가지게 된 닉네임과 함께 자기소개를 했고, 대부분 낯설어하는 표정에 역시 흔하지 않은 이름을 골랐구나! 묘한 뿌듯함이 들었다.



첫 날 받았던 WELCOME KIT


모든 직원이 서로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 심지어 대표님께조차! (다들 대표님의 닉네임을 너무 편하게 불러서 그가 '그'인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시켜준 소개팅과 그의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가 첫 날 직원들의 스몰 토크에서 종종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내에 유명한 인싸가 있나보다, 생각할 만 하지 않나?


직급이 없는 회사

 임원진을 제외하고는 직급이 없는 회사. 기껏 지은 닉네임에 '님'이나 '책임님'이 붙는 끔찍한 혼종(?)으로 불리는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직급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수평적인 조직문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결제가 필요한 중대 사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무는 담당자의 책임 하에 제안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처음 3개월은 그에 대한 감을 잡아나가는 시간이었다. 아무도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서 회사와 대표님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이 시점 처음으로 콘텐츠 담당자를 뽑은 회사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복지를 보고 이직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매일 제공되는 점심 도시락과 무제한 간식 그리고 자율 출퇴근은 정말 만족스럽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 그 날 그 날 점심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주 40시간과 코어 타임만 지킨다면 정해진 출근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업무의 본질 외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회사의 의지가 엿보였다.


매주 5개의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신청할 수 있는데,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 도시락만을 먹겠다 다짐했던 첫 주와 달리 5개월차가 된 오늘도 나는 우삼겹 덮밥을 먹었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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