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함께 입사했던 첫 직장 동기들은 어느덧 7년차 간호사가 되었다.
그 사이 나는 3개의 직장을 지나 올해 3월, 퇴사를 하고 두번째 <홀로서기>에 도전 중이다.
사실 첫 도전은 2019년, 첫번째 직장인 대학병원을 퇴사하고 나서 약 1년간의 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면서 20대 중반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과 패기 하나만 앞세워 야생으로 뛰쳐나온, 한 마리의 갓 태어난 말과도 같았다.
그렇게 1년의 행복한 방황기를 보내고나서야 현실이 보였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안다. '제대로 된' 울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후 만난 2개의 직장에서 나는 '간호사'가 아닌 '회사원' 그리고 '마케터'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다 보니,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도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역시 느껴졌다. 그래서 30살, 또 한 번의 무모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독립 3개월차다. 퇴사를 결심하고 주위에 알렸을 때 대체로 다음 2가지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1. 너무 부러워요! 여행은 안 가세요?
2. 저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은데 대단해요.
놀랍게도, 5년 전과 달리 올해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여행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미 계획되어 있었던 여행은 있었지만.) 스스로 '자유를 얻었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발 자전거를 타다가 보조 바퀴를 떼어야 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빠와 주차장에서 연습하며 곁눈질하던 한강 공원에 직접 두발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퇴사를 앞두고 무섭거나 걱정되는 마음도 크지 않았다. 이것 역시 첫번째 도전 때와는 달랐다.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맨 몸으로 야생에 나가 해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이 기대감은 스스로에 대한 '믿는 구석'에서 나왔다. 나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퇴사 전 키워본 SNS나 다양한 부수입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나의 '믿는 구석'은 크게 보면 다음 2가지였다.
당연한 게 아니냐고? 스스로가 어떤 소비자인지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나니 이런 나를 타겟으로 하는 생산자의 니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닌, 어떤 사고의 흐름에 의해 이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수시로 분석하다보니 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에도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의 시선을 가져라.'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로 브랜딩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만큼 타인의 시선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야생에서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새삼 체감이 되었다. 나 역시 거의 매일 놓치는 것들이 보일 만큼 미숙하지만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 역시 위의 내용 못지 않게 큰 변화다. 뭐든 처음 시작할 때에는 미숙하기 마련이고, 그럼 기대하던 결과물 역시 나오지 않는다. 꾸준히 하다보면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소위 '떡상'의 기회 역시 이어갈 역량이 없어 반짝하는 이벤트로 끝나기 쉽상이다.
이 때 처음의 시작하던 의지는 어디로 가고 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며 '짜친다'는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2019년의 나는 그럴 때마다,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이어가겠다며 중간에 포기를 하거나 심지어 그동안의 흔적들을 지우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목표하는 바가 명확하기에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끄러움은 감수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나아갈 수 있다.
현재의 나보다 되고자 하는 미래의 나, '이상의 나'를 꾸준히 그려갈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다가올 미래이니 거기까지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아쉬운 대부분의 것들이 납득이 간다.
게다가 콘텐츠는 쌓인다. 그것도 복리로.
단 100명이 봤을 지언정 그 중 1명이라도 나를 기억한다면 훗날 더 큰 눈덩이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이걸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기에 앞으로 역시 그럴 것이라 믿는다.
어느덧 2024년도 절반이나 지났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다보니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고 위임을 해야 한다. 제목에 '내 일'이라고 적었지만 '우리의 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 역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 막막한데 결국 또 시장에서 나의 경쟁력이 되어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꺼이 해내야 한다.
지난 해 말 나는 아빠에게 '내가 회사를 다니든 퇴사를 하든 내년에는 회사 밖에서 1억 벌거야.'라고 선언했고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단지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가짐이다. 시공간의 자유를 얻고 싶고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 거기에 더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좀 더 나다운 일'을 하며 생산성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꿈. 그것만 보고 올해 남은 날들도 꾸준히 달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