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버스 시스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 카이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마 나는 주저 없이 카오스를 선택할 것이다. 전체 영토의 4%에 해당하는 이 도시에는 서울보다 두 세배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인도나 횡단보도는 커녕, 한 도로에 말부터 톡톡, 오토바이 그리고 승용차가 다니는 걸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고속도로나 터널을 걸어 다니는 사람도 봤다. 신도시가 아니면 횡단보도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이로의 교통 시스템은 꽤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은 승용차, 지하철 그리고 미니버스 이 세 가지다. 지하철은 카이로 시내의 중심가를 연결해주지만 시외 밖으로는 운영되지 않는다. 자가용 가격이 세금으로 인해 꽤 비싸므로 모두가 차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은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미니버스다.
한 번에 최소 8명에서 12명까지 탈 수 있는 이 미니버스는 목적지나 루트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아랍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은 이용하는 것이 꽤 난감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집트에 살면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봤는데 이집트의 기존 버스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목적지나 루트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버스 기사가 소리치는 목적지를 듣고 따라 타야 한다.
정해진 출발 시간이 없다. 인원이 꽉 차야만 출발할 수 있다.
정해진 버스 정류장이 없다. 버스 번호 별로 줄을 서 있다던가 그런 일은 없다.
원하는 곳에서 내리거나 탈 수 있다.
이렇게 적어보니 꽤 나쁘지는 않다. 아마 이집트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을 방문해도 비슷한 버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 버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은 명확하다. 정해진 버스 정류장이 없으므로 새치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누가 먼저 왔던 일찍 왔던 상관없이 버스를 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어느 정도의 루트는 있지만 운전사에게 부탁하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으므로 다른 곳에 가는 손님들의 탑승 시간이 길어진다. 게다가 인원이 꽉 차야만 출발하므로 예상 도착 시간과 거리가 멀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신도시나 카이로 외곽 지역을 연결하는 시외버스는 한국 버스와 거의 비슷한 시스템과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미니버스는 위와 같이 운영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아랍 스타트업 Careem과 Swvl가 먼저 선두주자로 시장에 도전했고, Uber는 세 번째로 버스 서비스를 이집트에서 선보였다. (우버가 Careem을 약 3조 5천억에 인수하며 Careem bus는 운영을 중단하였다.)
1) 사전 예약으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새치기를 당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게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집트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기존에 없던 서비스라는 것을 알 것이다 (...)
2)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출발/도착하게 되어있다.
사람은 언제 꽉 차는지, 버스는 언제 출발하는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에 누군가 타고 내리면서 소요 시간이 더 걸리는 일도 없다. 모두가 한 곳에서 타고 한 곳에서 내린다.
3) 시내부터 시외까지 연결하는 버스 런칭
시내버스를 시작으로 2020년 7월, 우버는 또다시 첫 시외버스 서비스를 이집트에서 선보였다. 수도인 카이로와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잇는 루트를 하루에 8회가량 운행하고 있다.
사전 예약이나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일이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집트에 살며 버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는지 느꼈던 나에게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도움이 되는 서비스였다. 더 이상 혼잡한 교차로나 환승역에 서서 새치기당하는 일은 적어도 겪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또한 Uber bus는 영어 서비스가 지원되므로 아랍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COVID-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운전사와 손님 모두 마스크 의무 착용을 실시하고 손 세정제를 배치하는 것 역시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인원수 조절까지! (적어도 창문과 에어컨이 없는 버스에서 반짝거리는 형광 조명을 보며 2시간 내내 귀가 터질 것 같은 음악을 들어야 했던 나에게는...)
우버의 발표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지역은 시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며 앞으로도 도전적인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집트에서 버스 서비스를 런칭한 후 케냐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였다.) 특히 이번 버스 서비스 런칭을 기점으로 향후 5년간 한화로 11억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것을 이집트 정부와 협의하였다. 우버는 이로써 이집트 내에서 우버, 우버 스쿠터 그리고 우버 버스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시외까지 교통을 연결하는 현지 스타트업으로는 Gobus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데 Uber가 시외 버스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앞으로 가격 경쟁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진다. 현재 웹사이트에 표시된 가격으로는 일단 Gobus보다는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우버의 시외버스 최대 가격은 약 6,000원인것에 비해 Gobus는 최대 12,000원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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