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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매기 조나단 Apr 23. 2020

공부 책임감, 공부 현실감

공부력 시리즈 3편 - 공부역량 6요소 (2)

2. 공부 책임감


공부 책임감은 높은 수준의 인내심이나 뚝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목표를 세웠으면 적어도 그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고, 이를 실천한 의지를 갖는 아주 기초적 수준의 자기 통제력을 의미한다. 공부 책임감이 부족한 학생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변명이 많다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는 상황을 늘어놓지만 진짜 이유는 정반대다. 사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며,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할 뿐 정작 자기 자신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충동을 억누르는 자기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공부 책임감은 공부 자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물론 공부자아의 개념은 더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공부 책임감은 공부자아가 형성되어가는 초기 상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책임은 의무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의무는 먼저는 주변 환경, 선생님, 부모님 등으로부터 발생된다. 다음 단계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공부 책임감이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부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약속의 개념이 형성되지 않으면 공부를 관리하거나 공부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 책임감은 일종의 도덕적 자질이고 태도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경민이는 늘 공부코치와의 약속을 어겼다. 공부하기로 한 계획을 지키지 못함은 물론이고, 그러한 상황 자체를 감추고자 거짓말을 밥먹듯 했다. 때로는 학원 숙제가 많아서, 급한 과제가 주어져서, 조별 과제 모임 때문에 약속한 공부 내용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했다. 심지어는 공부코치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갑자기 미팅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도하는 공부코치가 지쳐가는 것은 둘째치고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경민이의 이러한 습관이 비단 공부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며, 그것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계획을 세워 공부해보거나 누군가의 동기부여가 아무 소용이 없다.  

책임감이라는 다소 도덕적인 개념이 공부에도 적용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부기초체력과 마찬가지로 공부 책임감은 어린 시절, 혹은 과거 수년동안 반복된 삶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결과물인 탓에 짧은 시간 내에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경민이처럼 자신이 약속을 습관적으로 어기는 것에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의 학생들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선생님 또는 자신과의 공부약속을 지키지 못해 최소한 미안한 내색을 보이는 학생들이라면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공부 몰입 상태로 접어드는 공부의 달인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은 이런 공부 책임감의 기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며, 특히 자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 몰입의 상태로 접어들 때 나타나는 특징은 공부 책임감 때문에 공부하기 보다는 공부가 주는 기쁨과 재미 때문에 공부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당장은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3. 공부 현실감     


공부 현실감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공부량이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능력이다.

보통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공부 현실감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억울함’이다. 쉽게 말해 나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낮게 나와서 억울하다는 말이다. 이는 반대로 나만큼 했는데 나보다 성적이 잘나온 친구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마음과도 연결된다. 상대의 노력과 재능을 인정하고 박수를 쳐주는 태도가 아니라 성적이 운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이런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모든 평가가 자기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기초한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말은 자기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아는 것인데 틀렸고 실수였다는 말은 자기 생각에 자신의 실력은 그것보다 우수하다는 말이다. 아쉽게도 공감해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다만 유유상종인 경우가 많다. 공부 현실감이 부족한 학생들의 말버릇은 늘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상민이는 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며, 혹시 어려운 부분이나 고민되는 점이 있냐고 물으면 항상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이 언제나 못미더웠다. 더 꼬치꼬치 캐물으면 바로 기분상해하며 더 이상 충고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상민이의 방어책은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이었다. 성적이 결코 오르지 않아 고민인 부모님들은 이제 심지어 상민이가 공부할 머리가 아니라거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적이 오르는 게 맞냐는 공부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생기는 상황이었다. 부모님들은 분명 학창시절에 그 정도 노력했으면 분명 성적이 향상되었는데, 상민이는 밤 늦게 까지 항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데도 왜 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의 양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한 시간이면 다 풀고 넘어갈 내용을 가지고 세 네시간을 앉아 있는 것이 태반이었다. 집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물론 스마트폰과 이어폰, 그리고 불규칙한 수면습관에 있었다. 하지만 이를 공부력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얼만큼 공부해야 하는지 객관적 기준 없이 기분에 따라 공부하고, 자기 기분에 뿌듯한 것이 곧 공부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잘못된 공부습관 때문이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한 번 교과서를 읽어보고 이해했다고 생각한 문제를 완벽히 암기하기 위해 상위권 학생들이 지겹도록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는 말한다. 아는 데 틀렸다고. 그래서 나는 말해 준다. 틀린 건 네가 몰라서 틀린 것이지 아는 것을  틀리는 경우는 없다고.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해 한다. 끝까지 자기는 몰라서 틀린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고집을 끝까지 버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런 학생들은 남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던 선배나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고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그 수고를 축소시키고, 그 성과를 초라하게 만드는 방식의 정신승리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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