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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필름 October film Jan 03. 2021

27살 그렇게 조연출이 되었다.

2020년 끝자락, 27살에 시작한 새로운 출발   

조연출 되기 전 나의 방황들


26살. 대학을 졸업을 하고, 돈보단 흥미로워 보이는 직업에 기웃거리며 말만 그럴싸한 프리랜서이지 사실상 어디에도 소속이 없는 무소속 생활을 전전했다. 

한 가지 일을 지긋이 못하는 난 그래도 프리랜서가 좋았다.  


졸업 직전 우연하게 "덕업일치! 여행하며 돈 벌어볼래?"라는 솔깃한 공고에 휩쓸려 여행인솔자라는 직업으로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때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다. 

교환학생 시절 프랑스에서 반년동안 살아본 이후 자꾸 내 마음은 유럽을 향했다. 

그래서 일까 평소처럼 인스타를 휘적거리던 내게 감사한 빅데이터가 유럽 전문 여행사의 공고를 띄어준 것.  

그렇게 인연이 되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유럽을 1년 동안을 왔다-갔다 많이도 반복하며 즐겁게 일했다.

정말 공고처럼 덕업일치로 여행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 

심지어 인솔자로서 다른이들의 여행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이 배가 되었다. 

그렇게 1년을 일하고 코로나가 터졌다. 


1년의 인솔자 생활을 반강제로 정리하고, 다시 다른 여행사를 기웃거렸다. 

여행을 함께 떠나는 인솔자는 아니더라도 사무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코로나는 더욱 극심해지며 그 여행사마저 2주 정도 일을 하곤 해고가 되었다. 


취준기간이 길어지며 점점 모아둔 돈들은 사라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날들이 쌓였다. 

24시간이 오롯이 내게 주어진 만큼 괜히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시간들이 잦았다. 

잠을 오래 자는 날이면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게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이렇게는 안 될거 같아 여행사 취직은 고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기 직전 알바라도 우선 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대학생활 시절 영어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절대.다신. 영어 학원으로 돌아가지 않으리...'했던 다짐들은

항상 알바몬-알바천국을 전전할 때마다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카페알바나 다른 알바보다 비교적으로 학원 아르바이트 시급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타협하여 다시 영어학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학원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6개월을 내 기준 꽤 길게(?) 해왔다. 

영어학원 알바 장점은 내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단점은 점점 이 생활에 적응해가는 내가 싫어진다는 것. 

하루 4-5 시간 일하고 그 대비 꽤 많은 월급을 받았으니, 이렇게 쭉- 살아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학원은 내가 있어야할 곳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시점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가 내 직업을 또 한 번 흔들었다. 

학원도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엄청난 피해를 얻었고, 초,중등부를 담당했던 나는 초등부와 함께 사라지기로 했다. 


따박따박 받는 월급덕에 꿈꾸던 자취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자취를 시작한지 두달만에 그것도 1주일 남긴 시점에서 해고가 됐다.  

큰 고정지출이 생긴 시점에서 백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드디어 다큐 제작사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때. 


그렇게 마지막 카드. 꽁꽁 숨겨왔던 내 인생의 아마 최종점(?) 꿈이었던 다큐 제작자로 눈을 돌렸다.

꿈이면서도 왜 그렇게 꽁꽁 숨겼나 싶지만, 프로덕션에 들어가기까지 나름의 고민이 깊었다. 

사실 그동안 꽤 여러 다큐 제작사에 면접을 봐오며 일을 시작도 전에 겁부터 난 곳들이 많아 면접에 붙었음에도 자처해 포기한 곳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면접을 보기 전 그 제작사에 대해 사전조사를 최대한으로 하는 편이다. 

내가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아래 항목이었다. 


1. 내가 관심있어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2. 최저임금은 되는지

3. 후에 PD가 되도록 성장할 수 있는 곳일지 

4. 다큐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배울 수 있을지


그렇게 돌고 돌아 위 네 가지를 충족하는 곳을 찾았다. 

나의 자소서를 보고 연락을 주셨을 땐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득찼고 

면접을 보고 다시금 연락을 받곤 금방이라도 날아갈듯 방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27.9살에 나에게 조연출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앞으로 조연출로서 다큐 제작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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