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어릴 적, 나는 스스로가 한없이 특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힘도 들이지 않고 휘적휘적 남들을 분류해대며 그들과 다른 나의 고유한 성질에 도취됐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한낱 오만한 바람일 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 후로 나는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괜찮은 사람 정도는 되는 줄로 믿고 있었다. 스스로가 평균과 보통 정도로 분류되는 것에 씁쓸한 만족을 했다. 이 정도면 꽤나 겸손하고 현실적인 위치 아닌가 하며 자위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또한 그저 나의 바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오늘이다.
욕구는 결핍의 증거다.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해선 더 이상 바랄 일이 없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보면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난히 지독하고 다양한 나의 결핍은 다양한 말의 형태를 띠며 나에게로부터 질질 새어 나왔다.
사랑 행복 배려 만족 성장 교양 지성 진정성 자주성
모두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며 남들에게 요구했던 것들이다. 사랑을 말하는 나는 무정했고, 행복을 말하는 나는 불행했고, 배려를 말하는 나는 무심했고, 만족을 말하는 나는 불만스러웠고, 성장을 말하는 나는 정체되었고, 교양을 말하는 나는 야만스러웠고, 지성을 말하는 나는 무식했고, 진정성을 말하는 나는 가벼웠고, 자주성을 말하는 나는 너무도 쉽게 휘둘렸다.
오늘까지 나는 괜찮다고도 못할 사람으로 살아왔었다. 이 부끄러운 사실을 지독하게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