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를 읽고
'죽는 것보다 무서운 건 평생 이대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줄곧 하던 중,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완독 했다. 주인공 영혜는 일순간 바뀐 스스로의 식습관을 조용하고 강렬한 의지로 관철한다. 설령 그 식습관 때문에 말라가고 아파하고 죽어가더라도, 그것이 본인의 의지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굶주린 몸을 충만케 한다.
'행복과 만족은 어떠한 현상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닌, 본인의 의지와 마음으로 선택하는 아주 능동적인 감정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작위한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누군가를 위로할 때 종종 했었던 말들. 하지만 정작 나조차도 쉽게 잊어버리는 말들.
이번에도 다시금 되새기지만 그런 의지가 나에게 남아 있을지, 기어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나의 의지로 선택한 나의 행동들이 어떠한 현상을 불러올지, 그 현상들조차 나는 기쁘게 수용하며 행복해할 수 있을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결국에 다잡는 건 나의 자주성이다. 나의 자주적인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의 그릇을 주물러 그 용량을 넓히고 원하는 것들로만 가득하게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