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아멘트를 피는 여자

전국의 애연가들이여. 팔리아멘트를 펴본 적이 있는가? 팔리아멘트는 내가 태워본 담배 중에 단연코 제일 안 빨리는 담배다. 롤링 페이퍼가 불연성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대 깊게 태우고 나면 하악이 뻐근해진다.

지난 여름에 만난 그녀는 팔리아멘트를 폈다. 구색만 갖춘 허름한 모텔방에서 어영부영 섹스를 한 후엔, 옆구리를 맞대고 앉아 같이 담배를 태웠다. 나는 주황색 더원. 그녀는 하늘색 팔리아멘트. 나는 옹색하게 필터까지 다 태우고 그녀를 본다. 그녀의 담배는 여전히 장초의 느낌을 간직한 채 끝 부분만 천천히 타오르고 있다.

그렇게 빨아도 아직 한창이네.

응.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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