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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Oct 24. 2021

[독서일기] 니체 알프스에서 만난 차라투스트라, 이진우

철학자의 길을 걷는 엉뚱한 상상

유럽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벌써 한참 전이다.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의 <르네상스 창조경영> 특강이 그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그 관심은 가족 유럽여행으로 이어졌고, 1년에 한 번은 꼭 유럽여행을 가고 싶었다. 3년 전 회사에서 니체 전문가 이진우 교수의 인문학 특강을 들었는데,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철학자의 길'이 있다고 했다. 나도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철학자의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철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지만, 사실 여전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마름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니체의 길을 걸으면서 니체를 잊어야 한다. 그가 자신의 몸을 느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몸을 느껴야 한다. 길은 니체에게 자신을 탐구하는 책이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218p


사색은 모름지기 가만히 앉아서, 또는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니체는 앉아 있지 말고,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생겨나는 생각에 집중하라고 한다. 문득 독일의 '철학자의 길'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철학자들은 그렇게 유유자적 길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면서 스스로의 해답을 찾아던 모양이다.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을 멈추게 하는 TV나,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는 휴대폰에서 벗어나 자연의 움직음을 느낄 수 있는 산책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산책은 몸을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일방적인 사고의 흐름을 잠시 다른 길로 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6년 전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학과 교수님께 철학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매 학기 중 1번은 꼭 철학 수업을 하셨는데, 전공 수업을 할 때보다 훨씬 신나서 수업을 하셨다. 그때 교수님께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신 책이 <이반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인생론>, <쇼펜하우어 인생론>, 그리고 <불안>이었다. 어쩌면 철학을 조금 더 가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고전인지도 모르겠다. 니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니체의 사상을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오히려 이해가 쉬웠을까. 여전히 철학이라는 학문이 궁금한 것은 단순한 질문이지만, 근본적인 것을 고민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무엇인가?"

"나쁜 것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너희는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예술가나 철학자의 삶에 대한 책을 읽으면 그들의 삶의 여정을 머릿속으로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보게 된다. 언젠가 그들의 삶의 흔적을 따라 가는 여행이 더해지면 나는 아주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사색의 발걸음을 옮겼을 니체의 뒷모습을 상상하면서, 어느새 그 길을 따라 걸어가보는 여행을 기대해본다. 니체에게 철학적으로 산다는 건, 삶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라는데, 철학적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철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데, 철학을 공부하면 나도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니 그래서 차라투스트라가 어떻게 말했는지 궁금해진다.


2021.10.22.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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