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박종호 작가의 책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클래식에 너무나도 진심인 작가의 태도가 몹시 경이로웠던 기억이 있다. 클래식 음악의 문화적 가치와 교양의 의미를 알리는 일을 한다는 풍월당의 주인장을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자연스레 박종호 작가가 쓴 문화예술여행책 <잘츠부르크>, <리스본>, <뮌헨>, <빈>, <베를린>을 차례로 찾아서 읽게 되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 여행은 풍월당의 책과 함께 했다. 빈에서는 늘 유명한 작곡가들의 무덤을 찾는다는 작가는 분명 클래식에 진심이었다.
나에게는 예술에 대한 동경이 있다. 클래식에 대한 지식은 아침 출근 길에 꾸벅꾸벅 라디오에서 듣는 것이 전부이고, 미술관을 찾아서 방문하는 것도 아니지만, 예술이 가진 힘이 내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가까이 했더라면 어쩌면 나의 인생 시간은 더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물론 절대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은 더더욱 아니며, 열심히 무언가에 푹 빠진 것도 아니지만 박종호 작가의 책을 읽고 유럽 여행을 하면 조금 더 보이고, 조금 더 들리며, 조금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덕분에 유럽 여행을 할 땐 빼놓지 않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간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 클라우디오 아바도
음악 감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피아노나 악기를 배울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 그리고 문학을 비롯한 다른 예술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면 좋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음악은 그가 살았던 유럽의 정치적 배경과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귀족 계층의 쇠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과 관련된 인문적인 흥미가 생기게 되고, 음악을 통해 다양한 인문 분야에 더욱 깊고 넓은 공부가 가능해진다는데, 나는 언제쯤 그런 호기심이 동할까.
책을 덮으면서 내가 풍월당의 책을 찾는 이유가 정리되었다. 넓게 펼쳐진 대지 위를 비추는 햇살, 들판의 잔디를 춤추게 하는 작은 바람, 그 바람에 꼬물꼬물 일렁이는 꽃 내음, 잘츠부르크 인근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눈 앞에 연이어 펼쳐진 풍경은 마치 문학, 철학, 음악, 미술과 같은 여러 장르의 예술이 한 폭의 그림 안에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었다. 풍월당의 책은 딱 그때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준다.그렇게 예술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나의 작은 발걸음을 부담없이 내딛게 한다. 이것이 내가 풍월당의 예술 책을 찾는 이유다.
클래식은 수백 년 전의 대중 음악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이상을 아름답게 그려낸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