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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6. 2022

[독서일기]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정여울

철학이 노크하는 시간

여기서부터는 월든 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아도 됩니다.
신발을 벗어버리고, 걱정을 벗어버리고, 슬픔도 벗어버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책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세요.
- '월든 호수로의 초대장' 중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누구인지. <월든>이 어떤 책인지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내가 작가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가 궁금했던 건, 순전히 작가 정여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작가가 월든에 대해 얼마나 깊은 애정과 존경을 담아 이야기를 들려줄 지 한껏 기대가 되었다. 아마도 나에겐 정여울 작가가 쓴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 <헤세로 가는 길>이 주었던 감동의 여운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벗꽃 잎이 가만히 흐드러지는 4월, 작가 정여울이 초대하는 월든 존으로 걸어들어가 본다.


비로소 나에게도 <월든>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월든>은 삶의 본질을 찾아 숲으로 간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담은 에세이라고 한다. 20세기 들어 자연의 법칙과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깊은 사색을 통해 진리를 추구한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니 안 궁금할 수가 없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와 닿는 자연의 모습에 대한 감탄으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찾아낸 사유와 성찰은 어떤 것일까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철학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동한다.


"월든과 함께, 나는 새롭게 걷는 법을 배웠다. 모든 익숙한 풍경들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 것이다. 매일 걷는 길이라도 상념에 가득 차 걷기보다는 나무와 꽃과 돌에게 하나하나 인사하듯 걸어본다. 온갖 고민으로 마음을 꽉 채운 채 걷기보다는 걷기 그 자체에 집중하며 걷는다. (중략) 걷고 또 걷다 보면 내 열망과 걱정으로부터, 내 슬픔과 집착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된다는 점이 좋다.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목이 말라 물을 찾게 될 때까지 걷다 보면,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그 문제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 '내가 집착하던 나 자산의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52-53p


여전히 철학에 대한 물음표가 내 안에 있다. 철학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 특정 철학자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철학에 대한 호기심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겐 고전을 잘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고전은 어려워 감히 엄두도 못내지만, 정해진 일상의 쳇바퀴 안에서 근근이 읽어내는 책들은 분명 나에게 살아있는 삶을 살아가게끔 응원을 보낸다. 책 읽기는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에서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고, 그렇게 나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 어쩌면 스스로를 알아가는 질문을 끊임없이 가지고, 사유하고, 성찰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철학의 한 단면으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소로와 함께하는 산책의 시간은 철학에 대한 궁금증을 다시 노크해주었다.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생각의 끈을 나에게 슬며시 쥐어 준 것 같다.


나는 걷는다.

소로와 함께 걷는다.

당신도 걷는다.

우리는 소로와 함께 자기만의 월든을 향해 걷는다.

다 함께 걸으며, 마침내 소로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월든은 어디인가요?' 364p


2022.04.23.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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