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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 Apr 23. 2020

(L-Life) 누구나 꿈꾸는 환상의 나라

당신의 환상의 나라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나 자신만의 환상의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가?

당신의 환상의 나라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꿈꿔왔던 환상의 나라는 조금 특별했다는 것을 나이가 조금 든 후에 알았다

나의 환상의 나라에는 유니콘도,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맛있는 과자의 집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 편히 사랑을 할 수 있는 곳

내가 모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할 수 있는 곳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곳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이고 당연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

그곳은 나의 환상의 나라였다.


왜냐하면


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퀴어(Queer), 레즈비언"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위주로 흘러가는 폭풍같은 사춘기를 겪었던 시절이었다


한국 이외의 나라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정보를 얻게 됐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이 말해주는 것들과 돌아다니는 소문들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네덜란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래"


어떻게 동성결혼이 합법인 나라가 존재할 수 있지?

그곳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다른 평범한 사람처럼 지낼 수 있는 걸까?


그때부터였다


내 환상의 나라는 네덜란드가 되었다.

언제가 꼭 한번 가보리라, 환상의 나라 네덜란드



아쉽게도 아직까지 내 환상의 나라 네덜란드에 가볼 기회는 없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왜 동성결혼이 합법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을 풀 기회는 아직까지 없었다


나는 어렸을 적 유학길에 올랐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가늠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시간들이 흘렀고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내 상상 속에 존재하던 환상의 나라에 제일 비슷한 나라 호주에서 살고 있다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여자 친구와 가벼운 스킨십을 해도

내 여자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그 어떤 사람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준다. 



왜냐하면 "그래도 괜찮으니까.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우리는 사랑하니까"였다.




혹시 당신의 환상의 나라에는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존재하는가?

어쩌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을 다른 시선과 각도로 바라본다면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준비는 되어있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은 있는가?


나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내가 조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누구든 볼 수 있고 지극히 평범한

퀴어(Queer), 레즈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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