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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 Jun 22. 2022

(L-Life) 인연 또는 운명 2

우리는 인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다니면 필연이었을까? 


4년을 돌고 돌아왔고, 우린 곧 4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의 4년은 우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4년의 공백 기간 후 처음 그 사람을 만났던 날


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무척 설레어했다


"공항에 뭐 입고 나가?" 

"비행기 탈 거니까 편한 거 입고 가야지"

"나도 알지. 그니까 편한 거 중에 어떤 거? 이거 로고 박혀있는 레깅스? 아니면 줄 세 개 그어져 있는 레깅스?


트레이닝 복 몇 개로 집에서 수없이 패션쇼를 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도착 1시간 전


"화장을 해? 말아?" 

"...." 대답할 친구는 다른 비행기에 타는 일정이었다.


간편한 레깅스에 후트 티를 입고 있었던 나에게

지금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풀메이크업을 하면 꾸민 게 티가 날 것이고, 14시간 가까이 비행하고 났는데 쌩얼은 못할 짓이고...'

결혼은 대충 찍어 바른 파운데이션에 립스틱! 이걸로 결정했다

나름... "꾸안꾸"가 콘셉트이라 위로하며..





평소와 똑같았던 비행

어차피 비행기에서는 한숨 도 못 자는 나인지라

14시간의 비행이 계속 긴장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한국

나는 외국인


한국인으로서 입국할 때는 자동입국 심사로 쑥쑥 들어왔는데..

외국인이 되니 줄을 서서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추가 절차가 생겨버렸다

5분이 1년 같은 나에게


그 사람에게 계속 카톡을 하며, 나 내렸어, 곧 마이그레이션 지나, 짐 찾는 중이야

뭔가 급했던 나에게 도착한 카톡


"천천히 나와 나 이미 도착해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짐을 다 찾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줄 그 사람'의 상상은 어디까지 내 상상이었다

어딜 봐도 뒤돌아봐도 왔다 갔다 찾아봐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나왔어? 난 너 보이는데!" 



천천히 한참을 둘러본 인천공항

수많은 기둥들 사이에 뻘쭘히 나왔었던 그 사람



나를 한번 보고 씩 웃어주더니

한쪽에는 오렌지주스를 한 손에는 해바라기 꽃 한 개를

그리고 양손 쭉 벌려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4년 만의 만남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그대로 그 사람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그 사람을 알 고 난 후 처음 스킨십이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너무 보고 싶었어"



4년을 돌고 돌아 4년 만에 만날 우리의 첫 만남은

이 세상에 우리만 보였을 정도로 

달콤하고 설레고 사랑스러운 인천공항 재회였다.





여전히 그 사람의 웃음은 예뻤고

긍정적 에너지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늘 장난도 많았던 그 사람은..

오늘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출국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의 내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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