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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우 Jan 07. 2025

오키나와의 고양이

행복한 호스트 '쵸비'

나는 지금 오키나와의 시골에 와 있다.

이곳은 한적하고 화롭다.

1월의 오키나와는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지만 공기가 따뜻하다.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 집에서 며칠간 묵는다.

하늘은 파랗고 초록 식물들이 하늘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집은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시간이 멈춘 듯 느끼게 해주는 해먹에 누워 여유를 부려본다.

눈앞의 멋진 화분과 선인장이 남국을 알려준다.

마루와 거실 사이에 투명한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은 너무도 투명하고 깨끗해서 마루밖의 풍경과 거실이 마치 나로 이어진 듯 보인다.

마루 앞에는 바나나 나무가 무성하게 심어져 있어 내 눈앞에는 오로지 초록뿐이다.


도착하던 날

예상보다 숙소에 도착이 늦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고양이 한 마리가 문을 탕탕 거리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약당시 고양이가 집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네가 그 고양이구나!

반가웠다.

늦게 도착한 우리를 책망하듯 고양이는 냐옹 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제야 온 거냐는 듯 문을 빨리 열라고 했다.

고양이가 반겨주는 집이라니...

이곳이 천국인가!


근데 넌 몇 살이나 되었을까.

고양이는 무척 순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양이를 찾았다. 고양이는 집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고양이가 드나들도록 마루문을 열고 잤더니

약간 쌀쌀한 느낌이다.

이 쌀쌀한 공기마저도 평화롭.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싶어서 집안을 모두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직접 고양이 밥을 사서 줘야 하는 건가?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고양이가 배가 고픈 것 같은데 고양이 밥은 어디에 있나요?"


"고양이 밥은 옆집에 있어요. 제가 연락해 볼게요. 아마 배는 안 고플 거예요"


옆집에 연락해서 고양이 밥을 주라고 하시려나..?

... 고양이에게 연락을 한다는 건가?

엉뚱한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는다.


외국인 호스트와의 어설픈 커뮤니케이션으로 고양이 밥그릇은 옆집에 있으니 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임을 알았다.

배가 고프지 않을 거라는 말에 일단 안심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고양이가 마웠다.

밥은 옆집에서 먹고 우리 집에서 간식을 먹으려고 온 거니?

고양이 이름은 '쵸비'라고 했다

쵸비는 잊을만하면 집으로 찾아왔다.

난 점잖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조용한 고양이를 좋아한다.

쵸비는 이름을 부르면 쳐다지만 사람을 좋아해서 비비거나 따라다니는 느낌은 아니다.

너무 점잖고 성숙한 그 모습이 마치 100살 먹은 고양이 같다.


아마 우리에겐 잠깐 묵어가는 숙소이지만

이곳은 쵸비에게는 집일 것이다.

3시 체크인 시간이 되면 새로운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게 조금은 기대도 될 거다.

11시 체크아웃 후 3시까지 청소시간이면 '후우 이제야 돌아갔군' 하며 짧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겠지.

집주인은 이곳이 시골이라 도시에서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다고 했다.


쵸비도 그중 하나란다.

쵸비는 야생과 자연을 즐기면서도 자는 곳과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행복한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야생성을 모두 잃은 것 같아 불쌍하기도 한데.

아닌가. 혹시 주인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면

혹시나 옛 주인이 이곳에 찾아올까 기다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쵸비에 대해 궁금해졌다.

'넌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거야?'

'이곳 생활은 어때?'

묻고 싶다.


우린 여기서 3박을 한다.

쵸비가 오면 우리 아이들은 '쵸비다!' 하며 반긴다.

이런 멋진 집에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니 참 행복한 시간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때도 쵸비가 반겨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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