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알게 된 후, 내가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한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애착인형.
태명까지 새겨서 주문했다.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한 나만의 애정이 가득 담긴 아기의 첫 선물이었다.
그 인형은 아기보다 먼저 우리 집에 도착했고,
출산 후엔 진짜 아기 옆에 찰싹 붙어 아기처럼 함께 자랐다.
털이 빠지지 않는 오가닉 소재에 우리 아기의 띠에 맞춘 용 모양의 인형이다.
귀엽고 순한 인상에 만지면 포근해진다.
이 인형을 아기는 정말 좋아한다.
가끔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낮잠 잘 때도, 밤에 잘 때도 놀 때도 이 용 인형을 꼭 안고 있다. 입에 넣고 빨기도 하고,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잠들기도 한다.
덕분에 귀와 뿔은 어느새 꼬질꼬질해졌다.
말 그대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볼 때마다 '아 인형 빨아야 하는데...'하다가도
항상 타이밍을 놓친다. 꼭 쥐고 자는 아가 틈에서 인형을 빼내는 게 늘 쉽지 않다.
그 사이 나는 또 마음이 약해지고 세탁은 미뤄진다.
사실 지금 이 인형은 아기 인생의 두 번째 용이다.
첫 번째 인형은 태명이 적혀 있었는데,
아기가 10개월쯤 되었을 무렵 가족 여행 중 숙소에 놓고 온 걸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아기는 아무렇지 않게 낮잠을 자고 있었지만,
나는 속으로 조용히 멘붕 상태.
그 인형엔 출생 전부터의 내 마음이 담겨 있었으니까.
결국 똑같은 디자인의 인형을 다시 구입했다.
이번엔 태명이 아닌 진짜 이름을 새겨 넣었다.
아기는 다행히도 아무 의심 없이 새 인형을 받아들였다.
끌어안고, 빨고, 만지작거리며 그날 밤도 평온하게 잠들었다.
"한 개 더 사두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용띠가 아니니까 더 이상 용띠 인형 판매를 안 하면 어떻게 해?"
또 잃어버릴까 봐 남편은 걱정을 한다.
그리고 잃어버렸을 때 인형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
설마 또 잃어버리겠어? 싶으면서도... 사둬야 하나? 고민 중이다.
나는 매일 이 인형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아기의 그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기에게서만 나는 그 냄새.
냄새가 사라질까 봐 세탁도 망설여지는 것 같다.
“오늘은 진짜 빨자” 다짐하다가도
“내일로 미루자..” 하고 다시 안겨준다
이 인형, 언제까지 좋아할까?
어느 날 문득 인형이 없이도 잠들 날이 올까?
그날이 오면 섭섭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 꼬질꼬질한 용 인형과 함께하는
아기의 모습이 참 귀엽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인형을 빨지 못했다.
내일은 진짜 빨 수 있으려나?
아니 꼭 빨아야 한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