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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기를 키우며.

by 쭈우

나는 막내로 컸고 나이 차이가 나는 친척 동생도 없다. 아기를 만날 기회도 없었고 우연히 아기를 만나면 어색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내 아이들은 예쁘다.

내 아이니까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거다.

그런 요즘 자주 놀란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면, 낯선 사람들이 유모차 속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넨다.
밝게 웃으며 “귀엽다”는 말을 해주고, 종종 말을 걸기도 한다. 예쁘게 크라는 덕담까지.

이제 말귀를 알아듣는 개월수가 되자 내 아이도 그에 맞추어 리액션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나에겐 어색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는 외모적으로 어디서든 눈에 띄는 편은 아니다. 특별히 귀엽다거나, 시선을 끄는 외형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냥 아이 자체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 모습에 자꾸 마음이 묘해진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강아지를 오래 키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길을 걷다 마주치는 강아지에게 자꾸 말을 건다. 고양이가 보이면 괜히 따라가기도 한다.
그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애정 표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겐, 그 대상이 아이였던 거다.
내가 동물에게 말을 걸고 예뻐하는 것처럼 아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사실을 문득 깨닫고 나서야,
우리 아이에게 건네지는 낯선 이들의 미소가
얼마나 따뜻하고 진심 어린지 새삼 느껴진다.


외출 중에 마주치는 작은 배려들도 있다.
무거운 유모차를 밀고 현관문 앞에 서 있으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먼저 뛰어와 문을 잡아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길을 터주는 사람,
좁은 골목에서 유모차를 위해 먼저 비켜주는 사람들.

예전엔 이런 장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다니다 보니, 이제야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친절과 아이에게 건네는 예쁜 말이 반갑다.

이제는 나도 아기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나온다.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기와 함께하는 삶에서 사람들의 따뜻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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