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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가 메고 다니는 가방.

by 쭈우


아이가 18개월이 되면서 통제가 점점 어려워졌다. 특히 우리 아이는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 반경도 넓다.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했지만, 실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것저것 만지며 난리 법석. 안으면 발버둥을 치는 모양이 활어 한 마리 같다.)

이래서 18개월인가.... 1818 소리가 난다는 시기.


아들이 이것저것 만지는 통에 나 역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정 통제가 안되면 번쩍 들어 올려 안아야 한다. 아들은 12킬로에 육박한다.

12킬로 아기가 발버둥을 치면 정말 힘이 쪽 빠진다.

아들은 에너자이저 아기로 나날이 체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늙은 부모아래 어쩜 이리 에너자이저 아기가 나왔을까. 가끔은 아기가 나를 향해 점프를 할 때 진심으로 어딘가 골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이 걷기 전에는 천으로 된 에코백을 들고 다녔다. 옆으로 매는 에코백은 아이를 들어 올릴 때 방해가 된다. 힘없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백팩을 마련했다.

보온이 되는 곳과 아닌 곳이 나뉘어있어서 간식을 담기 편하다. 디자인도 그리 나쁘지 않은 백팩을 찾았다.

가방은 제가 없는데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 되니 왠지 이 가방이 상큼한 느낌이 아닌 등산하는 아주머니 방느낌이 난다.

아이 간식을 넣고 다니고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줄 때면 마치 등산에 온 아주머니가 인심 좋게 사탕이나 오이 같은 걸 꺼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원한 느낌은 이런 게 아닌데.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기저귀 서너 개. 물티슈. 아이가 먹을 물. 진상방지용 과자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 장난감이나 바나나가 추가되기도 하고 도시락이 추가되기도 한다. 기려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짐이 원래 없는 타입이라 이 정도이지만 짐이 많은 보부상 엄마들은 별거별거를 다 들고 다닌다.


이 등산아줌마 같은 이 백팩은 뚜벅이로 나 혼자 아기와 외출했을 때 힘을 발휘한다.

찰나의 위험한 순간이나 진상짓(?)하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거나 이리저리 뛰는 아이의 손을 덥석 움켜잡아야 할 상황이 매번 생기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따라다니고 백팩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아들에게 건네는 모습. 어느새 나는 간식 가득 싸서 등산하는 등산 아줌마 모드다.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위주의 소비를 하는 내가 이렇게 변했다. 결론은, 등산 아줌마든 뭐든 백팩이 아기 케어에는 최고다.


‘... 백팩 졸업까지 몇 년이나 남았을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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