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경남의 작은 읍단위 구역이다. 그래도 도서관에는 책도 많고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어딜 가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까? 파레토의 법칙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80%라면 나머지 20%는 조금 독특하다.
(1)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는 어르신들
도서관 주변에는 지붕이 있는 정자도 있고 주변에 벤치도 많아 어르신들이 바둑이나 장기도 많이 두신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다 마시고 난 막걸리와 소주병이 수북이 쌓여있다.
(2) 비데를 즐기는 사람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는데 자리가 다 차 있어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한 곳에서 비데 작동 소리가 들렸다. 내 차례가 다 된 것 같아 긴장이 슬슬 풀리려고 하는데 비데를 10분 넘게 사용하는 게 아닌가? 결국 나는 그다음에 나오는 옆자리로 갔다. 그런데 내 볼 일이 끝난 이후에도 그 사람은 계속 비데를 틀고 있었다.
(3) 도서관 카페에서 혼자서 발표 연습을 하는 사람
백수 시절 자주 들렀던 도서관 별관 1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바로 옆에 칸막이를 두고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굳이 커피를 사 마시지 않아도 쉼터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굉장히 큰 소리로 혼자서 벽을 바라보며 발표를 진행한다. 발표 소리가 작아질 때쯤 고개를 돌려보니 주섬주섬 가방에서 보온도시락을 꺼내서 식사를 한다. 일주일 동안 매일 봤는데 나도 그렇지만 그녀도 뭘 하든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4) 도서관 카페에서 파는 500원짜리 믹스커피
카페는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운영하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카페 카운터에 계시는 할머니들에게 수작 부리는 멘트도 종종 듣는다. 그리고 커피 두 잔을 달라고 하시는데 카운터에서는 돈 1천 원을 받고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아니라 믹스커피를 타 주신다. 우리한테는 팔지 않는다.
(5) 매일 같은 자리에 한참 앉아 있다가 가는 사연 있어 보이는 외국인 여성
가게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이 남아돌 때 책을 보려고 도서관 1층 창가 쪽 자리에 자주 갔었는데 그곳 가장자리에는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외국인 여성이 매일 앉아 있었다. 열람실은 아니어서 떠드는 건 상관이 없는데 볼 때마다 전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속으로만 궁금해하고 있는데 대뜸 와서 나에게 페이스북 아이디를 물어본다. 나는 없다고 잡아뗐다. 나는 생각보다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