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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Feb 17. 2024

마음의 화장실

가끔 삶에 대한 막막함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저의 머리 구석구석 침투해 들어와서는 아픈 기억만 자꾸 끄집어내며 바늘처럼 쑤셔대곤 하는데요. 그 막막함에 두통이라는 후유증도 찾아오게 되더군요. 이 때는 독한 두통약도 소용없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이러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우울증에 걸린 이후의 삶에 대한 스토리도 혼자 짜나가기 시작합니다. 남들이 나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는 장면을 영혼이 되어 공중에서 바라보는 장면까지 그려나가 봤는데요. 거기에서 느낀 감정이 크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스토리는 다시 시간을 돌려 지금의 제 상태로 돌아오게 됩니다.


훗날에 찾아올 행복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그나마 조금 남겨뒀던 내 마음 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여유 없고 비좁더라도 그 자리는 꼭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근데 그 작디작은 공간에 침투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던 다른 세력,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 기습공격을 한 건 아닐까요?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지금의 부정적인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혼란스럽고 안 좋은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다.

대인 관계가 부담스럽고 버겁다. 가족도 포함이다.

온전히 혼자 있고 싶다. 딱 하루만이라도...

술을 마시고 싶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

나 자신에게 쓰는 돈은 거의 없는데 내 월급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제발 누가 나에게 시답잖은 농담 좀 안 걸었으면 좋겠다.

나는 도움을 받는 것에 크게 감사해한다. 하지만 도움을 주시는 분은 가끔씩 선을 넘는다. 이런 일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내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게 큰 스트레스다.


대충 이 정도로 생각해 봤는데요. 이것도 자체 심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필터링을 거친 글이며 실제 제 안에 지니고 있는 생각들은 더 못됐더군요. 글을 쓰면서 반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라? 글을 쓰다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네요?


항상 좋은 생각으로 좋은 길만 갈 수 있는 인생은 없나 봅니다. 저 역시 평범한 사람인지라 안 좋은 일에는 안 좋은 생각이 따라오는 걸 막을 도리는 없죠. 


차라리 내 머릿속 못 돼먹은 생각들을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공간에 다 배설하듯 속 시원히 써내려 가보면 어떨까요? 이건 손 글씨로 쓰면 더 좋을 것 같군요. 


크게 소리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지만 우리 아파트에 미친놈이 산다는 소리는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대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듯이 변비처럼 쌓여버린 안 좋은 마음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마음의 화장실'을 하나 마련해야겠습니다.


어릴 때처럼 자물쇠가 달린 다이어리를 사면 좋겠지만 지금 제가 그런 걸 한다면 누가 봐도 열어보고 싶을 테니 그냥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허름하고 쓰다만 노트에 적어봐야겠네요. 


저는 오늘도 이렇게 그냥 좋은 생각, 나쁜 생각, 잡생각 골고루 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걍생살기가 내 인생 가장 힘든 미션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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