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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Dec 08. 2024

추운 오후의 단상

우리 회사의 청년층 직원은 20대 2명, 30대 2명이 전부입니다. 그마저 외국인 2명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정말 바쁜 시기에는 일용직 인력을 고용하는데요. 지난달과 이번 달에는 더 자주 일용직 근로자를 불렀습니다. 역시나 외국인뿐입니다. 


보통은 중앙아시아 쪽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요. 고려인의 후예가 많습니다. 우리와 생김새가 똑같습니다. 온갖 바디랭귀지를 통해 작업을 지시하고 중간중간 제품을 점검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일은 따로 있어서 일용직 근로자들과 일을 할 때면 조금 정신이 없습니다. 


일을 할 때는 딱히 말을 걸진 않습니다. 쉬는 시간 잠시 커피 한 잔 할 때 넌지시 국적을 물어보거나 이름을 물어보는 등 잡담을 나눴습니다. 회사로 자차를 끌고 온 친구한테는 "차가 멋지다. 돈 많이 모았나 보네?"라고 말하니 저 보고는 "당신은 쥡이 있좌나~"라고 하더군요. 머쓱했습니다. 아직 베란다랑 화장실만 내 거라고 말하려니 못 알아듣겠다 싶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려인이라고 본인 입으로 얘기를 하니 뭔가 대견해 보였습니다. 카자흐스탄 출신이라던 고려인 친구는 쉬는 시간에 3살짜리 딸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다니까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 친구가 타고 온 신형 쏘렌토가 더 부러웠는데 말이죠. 이렇게 일하면서 친해지게 돼도 일용직은 일용직입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또 언제 볼 지 모르는 사이죠. 그래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개중에도 게으른 친구가 있고 부지런한 친구가 있으며 못 돼먹은 녀석도 있는 반면 순둥순둥한 친구도 많습니다. "어떤 나라 애들 성격이 다 똑같이 어떻더라"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입니다.


*잡생각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도 다르지 않겠죠?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퇴보했다고 보는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세력이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에서 열심히 끌어당기는 사람도 분명히 더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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