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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Aug 06. 2023

나는 추억을 쌓기 위해 산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중요한 것을 추리는 용기가 필요해


나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자질 구래 일들, 걱정들 불안들에 압도되어 현재 나에게서 벌어지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돌이켜 보면 이십 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 시절 만의 풋풋한 젊음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연예도 하고 할 것은 다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의 젊음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아름다웠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 40대 후반 젊음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시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금 슬퍼지기는 하다. 삼십 대에는 집중 육아 시절로 그 시절 아이는 영혼을 흔들 정도로 귀여웠는데 지금은 많이 커버리고 나니 그때의 딸의 모습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나이 들어간다고 슬퍼하는 지금의 사십 대도 나중에 돌아보면 젊고 좋은 나이일 수 있다. 사십 대에는 젊음은 줄어들지만 안정감이 늘어난다. 지금도 이삼십 대 못지않게 걱정과 불안한 것들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지나가고 보면 별거 아니며 나중에는 어떤 것들이 진짜 중요하게 느껴지는지 많은 경험으로 마음에 새겨져 있을 뿐이다. 이 경험은 현재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과거의 나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지나간 세월들을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빨리 지나갈 것임을 알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한성의 자각은 슬픔만 줄 것 같지만 생각지도 않은 힘을 준다.

어느 작가는 삶이 버거울 때마다 앞으로 100일만 살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D-100 알람을 걸러놓은 다고 한다. 그 마감이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고, 덕분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단다.


나이가 들면서 거울 속 얼굴의 주름을 보고 있자면 인생의 유한성이 저절로 자각된다. 나이 듦의 장점이다. 즉 D-DAY 알람을 설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끔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재 중학교 3학년 딸의 모습도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릴 텐데라는 아쉬움에 한참을 애틋하게 보게 된다. 현재 직장도 그런 마음으로 보면 조금은 마음이 순화된다. 실제로 퇴직일을 카카오톡 프로필 D-DAY로 걸어놓은 직장 동료가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퇴직까지 남은 날이 현재 시점 ‘D-5,991일’이다.


가끔 혼자 집에 있을 때 예전 사진을 보면서 즐거운 추억에 잠기곤 한다. 과거를 생각하면 아픈 기억보다는 따뜻한 기억 행복했던 기억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힘든 곳이라는 디폴트 값에 근거하여 그 와중에도 반짝반짝한 추억들이 많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런 나의 모습은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 자기 합리화인지, 살기 위한 보호 본능 작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것이 잘 구동될 정도로만 힘들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했던 순간순간은 내가 지금을 버틸 수 있는 자산이다. 그 추억이 내 인생의 의미이며 존재하는 이유다.


어쩌면 지루하고 비루에 보이는 일상의 순간순간도 마지막 관점에서 보면 익사이팅 한 이벤트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무리 소소한 것들이라도 사진을 찍어 보관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예전에는 여행같이 특별한 날 위주로 사진을 찍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소소해 보이는 것까지 사진을 찍어 보관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나의 소중한 일상을 뒤흔드는 일이 생겼을 때 이게 나중에 생각했을 때도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헷갈릴 때는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환기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눈을 더 크게 떠서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더 발견하고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이렇게 나의 비밀스러운 추억들을 쌓는 게 내가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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