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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08. 2023

나에게 친구란?

몇 명 안남은 친구 소중히 여기자

집에 혼자 있으면 천국 그 자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이 몰려오고 그동안 나를 번잡스럽게 하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가만히 있기’를 실현하고픈 욕망이 솟구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집안일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불교에서는 설거지를 할 때는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참선이고 명상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도대체 싫은 일을 할 때 어떻게 집중하라는 건지. 현재에 몰입하는 습관이 생기면 다른 차원의 인생이 열릴 것이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아무튼 ‘오디오 클립’이나 오디오 북 등에 의지하면서 겨우겨우 집안일을 해치운다.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 후딱 해놓고 나면 식구들이 들어오기까지 2~3시간 남짓 남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흥분될 정도로 좋다. 특별히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줄 놓고 이불 끌어안고 거실에서 하늘 보다가 잠들기’, ‘동네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기’가 주된 일과고 아주 가끔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는 혼자 맛있는 것을 안주 삼아 술 마시기 정도다. 혼자 술을 처먹으면서 실컷 울고 나면 마음도 개운해지고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있던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되기도 한다.


최근 개인주의 인생 상담에서 임경선 작가가 공적인 관계에 이미 인간관계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다 썼으니 사적인 영역에서는 제발 애쓰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씀에 따르면 나는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무언가 외롭고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직장, 육아, 살림 등을 하다 보면 저녁에 누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딸 저녁 차려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남는 시간에 산책하는 것을 이기는 약속은 거의 없다. 그만큼 딸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나에게 정서적인 기쁨을 준다. 딸이 학원가 있는 시간에 누구를 만나 함께 산책을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가 되는 시간과 장소에 딱 맞추어 나와줄 사람이 흔하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 산책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쥐꼬리만한 나의 시간을 사수하고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점점 무심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직장을 다니니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 특히 딸과의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것저것 하루에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의 양을 생각하면 입다물고 혼자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같지만, 그것과 조금은 다른 차원의 교류인 편한 친구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인생의 우선순위에 근거하여 나의 시간 배치를 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였다. 


하지만 며칠 전 아빠의 건강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생각이 달라졌다. 어제는 내가 사랑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났을 때 그간 스트레스 강도가 심했는지 술을 퍼먹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 한 명이 떠오르는 거다. 대학교 동창이면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준 친구. 스무살부터 현재까지 부족한 내 곁에서 항상 힘이 되어준 친구다. 올해에도 만나긴 했는데 언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최근 몇 달간 만나지 못했다. 친구는 학교 선생님이라 여름방학 때 내 시간 맞추어서 어디든 갈 테니 연락하라고 했는데 애 학원 갈 시간인 잠깐 두어 시간 시간 날 때 멀리 사는 친구를 부르는 것도 미안하고 아니면 식사 시간을 끼고 최소 반나절 이상 시간을 내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아 여름방학 때 만나자는 말도 못 했다. 


그렇게 무심한 나를 이해해 주고 8월 내 생일에 선물도 꼭 챙겨주는 마음 고운 친구. 최근 전화도 한지도 몇 달 된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자기 전화가 하기가 많이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그렇게 두세 시간 통화를 하니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받았는지. 

갑자기 금쪽 상담소에서 나온 어떤 배우가 친한 친구가 사망하고 그 힘듦을 견디지 못해 공황장애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겼었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 그 친구는 그런 존재다. 수십년동안 나와 인생을 나눈 나의 인생의 일부분이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에게 왜 그렇게 무심했는지 마음속으로 외로울 때도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오늘은 집 근처에 사는 전 직장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딸이 학원가 있는 동안 3시부터 6시까지만 시간이 된다고 했는데도, 흔쾌히 나와주겠다고 했다.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도 좋지만, 앞으로는 몇명 되지도 않은 정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챙기고 사간을 내어주는 데도 힘써야겠다. 임경선 작가님 말씀대로 마음 가는 데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상하게 인간은 그냥 내려라 두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의미의 애씀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어제 통화한 친구랑도 조만간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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