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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06. 2023

내가 생각하는 스트레스란?

생각하기 나름

어제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생 중이신데 80세가 다 되어가시는 연세라 노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 요즘 내가 열심히 듣는 오디오 클립 '임경선의 개인주의 인생 상담'에서 위로를 찾았다. 요즘 1,3배속으로 출퇴근 시간과 집안일할 때 오디오 클립을 열심히 듣고 있는데 임경선 작가님은 대기업 생활을 20년 가까이하신 분이라서 직장 고민부터 일상생활까지 너무나 인사이트 있는 답변을 주셔서 힐링이 된다. 막연한 공감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직언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와 똑같은 사연이 아니지만, 계속 듣다 보면 경선 님의 사고방식이 전달되고 체화되면서 나의 일상의 문제들을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나도 개인주의자여서 더욱 공감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이 40대 비정규직으로 서울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결혼을 하던가 아니면 부모님이 계신 공기 좋은 지방으로 내려오라고 은근히 압력을 준다는 사연이었다. 부모님 근처에 오빠가 살고 있으나 혼자 사는 딸이 편하니 함께 살자고 하신다고 했다. 서울 생활이 불안하고 힘들긴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가긴 싫은데 한편으론 부모님이 연로하시니까 함께 살면서 힘이 되어 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란다.


임경선 작가는 자기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했다. 내려가더라도 지방에 더 좋은 직장이 있거나 끌리는 게 있거나 나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가 있으면 모를까 단지 부모님 봉양이라는 이유로 서울 생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번에 내려가면 다시 서울로 오기는 힘들 것이며 혹시나 내려가더라도 합가는 하지 말고 근처에 독립된 장소를 마련하라고 했다.


임경선 작가도 7년 동안 서울에서 혼자 살다가 부모님 귀국으로 합가를 한 적이 있었는데 몇 달 후 어머니가 ‘나이 든 사람하고 함께 살면 젊은 사람이 기 뺏긴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 앞길을 막으면 안 된다’며 분가를 먼저 권하셨다고 했다. 작가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도 딸이 있는데 엄마로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연을 들으면서 사실 나와 겹쳐지는 접점이 없어 끄덕이면서 무심코 있는데 경선님이 그냥 흘려서 말한 멘트 하나가 생각지도 않은 위로를 주었다.


“사연자님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시니 앞으로 건강이 더 좋아지는 일은 없고, 계속 안 좋아지실 겁니다.”


나는 나의 부모님은 항상 건강해야 하고 늙지 말아야 하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디폴트 값으로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에 슬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나의 부모님이니까 주관적으로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마음 한편에 두고 받아들이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어제처럼 우울해하면서 그 영향이 딸에게까지 가는 것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 노화되고 죽는다는 그 대전제가 앞으로 우리 부모님도 피해 가지 않을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현재 부모님의 건강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제 일을 계기로 앞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주제가 ‘내가 생각하는 스트레스란? 이어서 ’직장 내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쓸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상황들‘처럼 추상적인 것을 쓸까 고민했는데 어제 부모님의 전화를 받자 그런 것들은 스트레스 축에도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하루 만에 나의 스트레스는 복에 겨운 투정처럼 느껴져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 부모님 때문에 지금 하는 고민도 어쩌면 다른 큰일에 비하면 복에 겨운 소리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한 이어서 들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까 말이다.


경선님은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일상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힘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도 하셨는데, 직장다니는 것이 힘들때도 많지만, 강제로라도 규칙적인 일상을 제공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처럼 감정이 흔들릴때 어쨌든 규칙적으로 출근을 하고 일을 하면 빠져있던 생각에서 나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모든 일은 완전히 좋은 일도 모두 안 좋은 일도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고로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어쩔 수 없이 힘든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 이면에 있는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임경선 작가님이 상담 내용만큼 실천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씀해 주시는 내용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너무 일치해서 위로 그 자체다.


어쩌면 나의 ’개인주의적‘인 생각들이 전통적인 신념과 충돌할 때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비슷한 것이 발현하여 무의식중에 괴로워하던 차에 나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고, 어쩌면 그게 더 맞는 건지도 모른다고‘ 위로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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