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써니 Jun 14. 2023

글쓰기 모임이 나의 해방일지가 되다.

몇 년 만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였다. 그동안 책 쓴다고, 자격시험 본다고, 직장 일이 너무 바빠, 가정사 때문에 등등 모임에 못 갈 이유는 차고 넘쳤다. 사실 1년 이상 꾸준히 참석하던 모임을 끊게 된 시작점은 코로나와 책 계약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다양한 방해 요인들이 터지면서 나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에는 사춘기 딸 때문에 최대한 함께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한 달에 두 번 모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결국 나의 용기 부족에 대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주저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요즘 반복되는 일상에 내가 질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직장과 집안일이 쌍으로 나를 괴롭혀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던걸 생각하면 올해는 직장 내 보직 이동 등 사실 여러 가지로 감사한 상황인데도 이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알 수 없는 마음의 압력은 결국 나의 용기 부족을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

 

요즘 침체기에 빠진 나의 글쓰기를 이어가려는 목적도 있었다. 내가 참여한 모임은 두 달 동안 만나서 한 가지의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가는 모임 이어는 데 주제는 ‘나의 해방일지’였다. 나는 해방을 꿈꾸지도 않는 사람인데 마음에 와닿지 않는 주제를 써야 한다니 막막했다. 그래서 꾸역꾸역 맞추어서 글을 쓰긴 했는데 내가 써놓고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모임을 함께 하면서 나의 이 글쓰기 모임이 나의 해방 일지임을 어렴풋하게 깨닫게 되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글쓰기 모임을 몇 년간 끊으면서 잊혔던 새로운 감각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아는 사람보다 처음 본 사람과 오히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한 공감과 위로, 또한 새로운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깊은 충족감을 주었다. 

 

나는 집과 가정 외에 ‘나만의 무엇’ 그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갑자기 어떤 책에서 현대사회의 행복의 필수조건에 ‘느슨한 관계’의 소모임을 꼭 가져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문화,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자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모임을 하면서 나에게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글쓰기에 대한 약간의 재능(?)이라는 정서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 반장님께서는 컵 안에 이물질을 제거할 때 직접 벗기는 방법도 있지만 새로운 물을 채워서 저절로 떠내려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삶이 나에게 주는 고통을 직접 없애면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때 삶에 다른 좋은 것을 계속 주입하면서 희석시키는 방법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에게는 ‘글쓰기’와 ‘함께 쓰는 사람들’인 것 같다. 책 반장님도 책방 운영하고 책 모임 진행하시면서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이 있으시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일을 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더 힘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사실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 생활이 힘들 때 여기서 행복해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보자. 물론 이런 아름다운 생각은 잠시 스치는 것으로 작은 자극에 의해 쉽사리 사라지지만 이런 모임이 긍정적 생각을 자극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모임을 이어가면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가 된다. 나에게 정말 안 맞을 것 같았던 ‘나의 해방일지’라는 주제가 뜻하지 않게 나에게 꼭 맞는 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즐거운 예감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꾸준한 글쓰기가 쉽지 않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