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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11. 2023

휴일에도 도서관에 놀러가요.

도서관 사서의 일상


오늘은 휴일이다. 일요일 근무하고 귀하게 얻은 시간이다. 아침에 정신없이 식구들 챙기고 혼자가 된 후 바로 누워서 정신을 좀 추스르다가 집 근처 공원 안에 있는 도서관에 왔다. 직장의 도서관과 지금 내가 있는 도서관은 같은 이름이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긴장감, 바쁨, 두려움이라면 후자는 평화, 안온, 행복이다.  매일 하릴없이 공원에 어슬렁 나와 도서관에서 책을 본다면 오늘 느끼는 기쁨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어제의 고통이 있기에 오늘의 환희가 있겠지. 세상은 왜 이리 공짜가 없고 얄짤없는지..


생각해 보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생각하기에 따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다스리가가 보통 일이 아니다. 싫은 사람의 경우 신경을 꺼야 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일 스트레스도 일 자체보다도 일이 잘못될까 하는 불안, 기한 안에 다 마칠 수 있을지 걱정, 인사발령 등 실체가 없는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 대부분이다.


직장에서 받는 고통으로 다른 스트레스를 감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른 스트레스들은 직장을 그만두어 봐야 실체가 드러날 것이며 지금은 느낄 수 없다. 돈 문제를 제외하고서도 직장을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직장을 그만두면 다가올 힘듦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직감으로 현재를 묵묵히 견디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서서히 차오르는 스트레스가 나를 잃어버리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오늘 출근을 했으면 어떤 상태였을지 안 봐도 훤하다. 어제도 상당히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는데 지금쯤은 정신이 반쯤 나가있겠지. 하지만 오늘 이렇게 나무들이 우거져있는 도서관에 앉아 있으니 꽉 막혀 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솔솔 기분 좋은 바람이 마음에 들어오는 기분이다. 나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게 되고 감사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사서 일기'라고 외국 공공도서관 사서가 쓴 책을 봤다. 그 사서는 내가 느끼는 힘듦을 똑같이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직장에서 나의 번잡한 마음에 가려진 좋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내고 싶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공원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기 위해 오픈 시간 맞추어 정신없이 걷는데데 바로 앞에 가던 여자가 공원과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는 거다. 나도 무심결에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는데 그제야 아름다운 구름과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면 '일단 멈춤'이 필요한 것 같다. 나에게 시간을 자주 선물하여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겠다. 같은 인물도 같은 사건도 같은 물건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 같다.

오늘 내가 앉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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