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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12. 2023

노년을 위한 심리적 적금(?)

박웅현 작가는 『책은 도끼다』에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는다.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 말합니다. 가끔 우리는 현재의 행복을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먼 미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의 저자 김현수는 첫 늙음을 자각함과 동시에 “마이너스 셈을 많이 할지 미루어 놓았던 플러스 셈을 시도할지 결정해야 한다”(p.66)고 적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둘 데가 없다가 차분해지면서 당신이 ‘진정으로 소중해하고 원했던 것’을 찾아내라 말하는데요. 이때 ‘심리적 적금’을 들으라 말합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심리적 적금’이 있다면 글로 적어주세요. 분량은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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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락에서는 현재를 즐기라 하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미래를 위해 심리적 적금을 들라고 하는 데 전체적인 맥락이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보통 ‘노후를 위한 적금’이라면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금전적 준비가 떠올라 ‘심리적 적금’은 어떤 의미일지 아리송하다. 


‘죽기 전에 즉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실컷 즐거움을 맛 보라’는 것은 아닐 테고, 미래를 위해 쌓는 어떤 정서적인 성숙일까? 아니면 노년에 넘치는 시간에 눌리지 않고 보람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소일거리 혹은 취미 생활을 가꾸는 것일까? 아니면 상실해 가는 것들 예를 들면 체력, 자녀들의 독립, 배우자 사망, 결국 나 자신까지 없어지는 것들에 무너지지 않게 미리 많이 고민하여 정서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나이 듦에 따라 얻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지혜를 쌓으라는 것일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인지함으로써 현재를 더 생생히 살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모르겠다. 재정 문제를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 노후 준비를 하라는 것으로 생각하겠다. 과연 뭐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노후 준비는 나이 들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꾸준히 하기다. 나의 경우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해당되겠다. 하지만 항상 시급한 것에 쫓겨 뒤로 미루어지기 십상인 게 문제다. 인생에 있어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급한 업무, 자녀 양육), 중요하고 시급하지 않은 문제(책 읽기, 글쓰기), 중요하지 않고 시급한 문제(집안일), 중요하지 않고 시급하지도 않은 문제(인터넷 쇼핑, SNS)가 있는 데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가장 소외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지 않는 문제’라고 한다. 약간은 삽질 같은 회의감이 들어도 노후 대비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중요한 문제인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노후 준비 두 번째는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현재를 충실히 실기다. 죽기 직전에 잘 살았다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므로 정답이 없기에 어려운 문제다. 


일단 나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그리고 마음을 자주 표현하기를 꼽겠다. 요즘 임경선 작가에게 푹 빠진 나는 ‘다정한 구원’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있다. 작가는 ‘딸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딸이 행복해하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된다’라고 했다. 더불어 자신도 부모님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며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을 회상한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촉촉해졌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한한 하루하루를 매일 소중하게 여기면서 즐기고 싶다. 그리고 표현도 많이 하고 싶다. 그렇다면 언제 죽어도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글쓰기 숙제인 ‘건강한 미래를 위한 심리적 적금’에 대한 이리저리 생각해 봤으나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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