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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17. 2023

'또 오해영'의 오해영이 너무 좋아.

나의 삶을 드라마처럼 보자.

책이나 영화 속,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은 사소하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인물을 방해하든 말았든, 숨겨져 있든 공공연하든 간에 말이지요. 여정을 겪지 않은 인물은 중요하지 않거나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집단으로만 다루어지는 이들뿐입니다. 인생 드라마, 영화, 웹소설, 소설, 웹툰… 모든 히트작들의 공통점을 떠올려 볼까요? 그 중심에는 언제나 히어로, 빌런, 조연이든 감정적 공감도가 높고 개성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책이나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으로 만난 캐릭터 중 가장 공감되고 개성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를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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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 동안 수많은 영화, 책, 드라마를 읽고 보았는데 이 글쓰기 숙제를 받아들고 생각난 사람이 단 한 명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드라마 ‘또 오해영’의 이쁜 오해영과 그냥 오해영 중 그냥 오해영이다.

 

누군가는 해영과 도경의 절절한 애정전선이 누군가는 푼수끼로 똘똘 뭉친 해영을 품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이 인상 깊었다고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해영의 삶에 대한 태도가 마음에 남았다. 

 

도경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들키고 외면당해도 화장실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잊을 수 없다. 해영의 푼수끼로 인해 사무실에서 다양한 망신살이 뻗치는데 괴로워하면서도 특유의 발랄함으로 극복하는 모습도 나에겐 힐링이었다.

가끔 나에게 어이없는 일이 생길 때 이게 현실이 아니라 드라마 속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혼자 시트콤으로 재 구성해 보면 열받는 당혹스러움이 그냥 좀 웃긴 황당함으로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럴 때 오해영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상상해 보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보기 싫은 사람도 드라마 속의 조연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좀 가볍게 대처해 보면 어떨까 싶다. 또한 내가 어떤 부끄러운 실수를 했을 때 또 오해영을 생각하면서 웃고 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해영의 대사 하나를 소개하겠다

 

한 대 맞고 잠시 쓰러져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일어나자 해영아

생각해 보면 다 줄 거야 하고

원 없이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젠 그런 짓 하지 말자.

정말 마음에 듣는 사람 만나면

발로 체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라는 말에 겁먹어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조용히 돌아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다신 하지 말자

꽉 물고 뚜드려 맞아도 놓지 말자

아낌없이 다 줘버리자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 해봐야 되지 않겠니?

 

드라마에서 오해영이 직원들끼리 상사흉을 보다가 들키는 장면이 있는 데 오해영이 너무나 당황하는 모습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극복하는 장면이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의 일화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잠 못 이룰 큰일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작은 요소인 것이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신경을 건드리는 수많은 자극들은 그것에 빠져있을 때는 마음이 더없이 힘들지만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어쩌면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의 90%는 별 중요하지 않은 인생에서 스처 지나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중 요하지 않은 데 쓸 힘을 아껴 진짜 중요한 데 집중해야 한다. 죽는 날 뒤돌아 보고 후회하지 않도록 오해영처럼 내 인생을 위해 아낌없이 다 줘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도경과의 사랑이지만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가끔 넘어지더라도 오해영의 대사처럼 한 대 맞고 쓰러졌다고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 ‘일어나자’ 하고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 주어야 겠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어떨 때는 사알짝 푼수처럼 인생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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