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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Oct 19. 2023

사과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데요?

글쓰기 숙제

여러분은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바로 사과를 하는 편인가요?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상대에게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타이밍을 놓치거나 적절한 말을 떠올리지 못해 미처 사과하지 못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오늘은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해보는 날입니다. 누군가에게 미처 하지 못한 사과의 말이 있다면 오늘 고백해 보세요. 글을 쓰고 나면, 늦었지만 전할 용기가 생길 수도 있고요, 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순간에 사과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 친구, 불특정 다수 등 누구나 수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누군가에게 전하는 글을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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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내가 그동안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기에 고민해 본 결과 다음 두 가지로 결론을 내렸다. 


첫째, 잘못은 했지만, 너도 나한테 상처를 주었으니 피장파장이라 그냥 퉁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못되게 했다면 그건 거의 보복성이다. 니가 기분 나쁘게 말했으니 당연히 내가 받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 상대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여 혹은 너무 참다가 폭발하여 수위 조절에 실패할 때가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가 아닌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격이 된다. 이런 경우도 사과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시작은 당신이 한거 아닌가.


둘째, 잘못을 했는데 나의 실수를 모르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사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땐 나도 순둥이어서 (누군가는 ‘니가?’ 라고 하겠지만 나는 지금도 순둥이라고 생각한다.) 할 말 다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늘 ‘당하는 사람’ 즉 피해자의 위치에 두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배려하려고 애쓴다 해도 내가 상대방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살아오지 않은 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주는 경우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이래서 상처받았다고 이야기해준다 해도 나는 그게 왜 상처가 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도 그런 의도가 전혀 없고 상처를 주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성장 배경과 삶의 경험 차이로 인한 상대방 감정에 대한 무지로 인한 실수 외에도 일시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도 감정 상태가 불안정할 때 다른 사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에게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지독히 무심해져서 의도치 않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된다고 한다. 또한 내부에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자기만의 심리적 문제로 인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불행한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므로 인간관계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나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대상을 모르니 할 수가 없네. 그럼 할 수 없는 일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다. 일단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저 사람이 지금 자기가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구나~~’, 혹은 ‘어제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혹은 ‘불행한 사람이구나~~’ 하고 넘어가는 연습부터 시작해야겠다. 혹시 내가 상대를 용서하면 누군가도 나를 용서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저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이 편하다.


작가의 이전글 '또 오해영'의 오해영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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