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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n 08. 2024

나의 이번 생은 '흥'했다.

너무 자랑질인가?ㅋㅋ

금쪽 상담소 ‘황혜영’편을 보았다. 가슴 아픈 유년 시절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황혜영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쁜 엄마가 있다니 화가 났다. 엄마에 대한 유기 불안 때문에 지금도 불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녀에게까지 영향이 가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엄마도 물려받은 아픔이 있고 미성숙한 한 인간일 뿐이겠지만 감정적으로 어이없음은 어쩔 수 없었다. 


또 무엇이든 물어 보살을 보는데 아빠와 오빠에게 학대받은 이야기를 하는데 듣고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는 거다.


어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숨어 있는지...


가만히 나의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내 주변 친구들을 비교하면서(특히 경제력)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다. 무남독녀인 나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 홀로 케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불안하고 압박감에 짓눌렸다. 


특히 부모님이 많이 흔들렸던 삼심 대에는 내 마음도 피폐했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내가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우울증 비슷하게 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프로그램으로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나의 고통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할 수도 없고 단지 잘 살지는 못한 평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정된 공간에 있었기에 그 안에서 비교를 하면서 괴로워한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보내주셨고 4년 동안 아르바이트 하나 안 하면서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으니 이건 잘 살은 건가? 다행히 아버지는 대학 등록금이 절반 지원되는 회사에 다니셨고 나도 학교 기숙사에 머물면서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문제는 대학을 다니는 중에 IMF가 터졌고 아버지는 명퇴하시게 되면서 이후 작은 사업을 하시다가 망하는 전형적인 케이스가 나에게 닥쳤다. 이후 일들은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많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와는 달리 내 주변 친구들은 부모님의 안정적인 경제적 지원하에 걱정이 없어 보였다. 하물며 가까운 친척인 이모만 해도 두 아들(나의 사촌)이 장가갈 때 작은 아파트한 채씩 해주었다. 


이상한 주변 환경 때문에 한정된 시야로 바라보니 내가 가진 것들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련 때문에 살기 위해 친 발버둥이 현재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가 나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때 마음이 무너졌지만, 독립하려 노력했던 나의 용기(그때 내 옆에서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었던 친구에게 감사한다.), 대물림 되는 아픔들을 내 선에서 끊어내어 딸에게까지 전가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발버둥, 직장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결혼도 하고 내 힘으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은 나의 자존감의 많이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정신적 안정감과 행복감에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30대의 어둠을 터널에서 주저앉지 않고 잘 싸운 나 자신을 칭찬한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유산은 ‘사랑’이다. 무남독녀로서 받은 큰 사랑 덕분에 (한때는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 주머니가 생겼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의 토대가 되고 있다.


현재 내 모습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운 줄 몰랐다. 하지만 프로그램으로 간접 체험을 하면서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작은 부동산 운이 따라주어서 현재 우리 부모님은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나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상태로 잘 살고 계시다. 또한 삼십 대의 치열한 다툼(?) 끝에 엄마와의 사이도 좋아졌다. 


사주팔자를 보는 ‘점신’ 앱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삼 심대’라고 하던 데 정말 신기했다. 

점심 앱에서 ‘대기만성’형이라고 했으니 그 말을 굳게 믿어야겠다. 

나는 힘든 시기는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


요즘은 내가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이며 부모로부터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게 많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이번 생은 ‘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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