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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l 17. 2024

권태에서 행복찾기

발버둥 처보자.

요즘 정신없이 시간이 슝슝 가고 있다.

남편은 코로나에 걸렸고 나는 소화 불량에 두통까지 겹쳐 무기력하다. 코로나 초기 증상인지 단순히 체한 것이 헷갈린다.


어제는 앉아있는 게 힘들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여 조퇴할까 수차례 고민 끝에 버티기로 결정했다. 만사 귀차니즘으로 버티면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은 상태 조금 나아졌는데 몸이 안정되니 ‘요즘 내가 뭐하고 사는 거지?’ 싶은 이상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차리고 남는 시간은 많아야 두세 시간 남짓이다. 

8시간 동안 진을 빼고 와서인지 무엇을 할 기력은 남아있지 않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서 핸펀을 친구 삼아 빈둥거리거나 아이가 학원에서 올 때까지 꾸벅꾸벅 존다.

아이 오면 다시 일어나 간식을 차려줘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친한 친구도 만나고 친정 부모님도 찾아가야지 싶은데 직장과 집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벅차다.


작년까지 지옥철에서 한 시간 반씩 출퇴근하던 때를 떠올리면 도보 출퇴근에 점심시간에 요가 수업까지 요즘 큰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은 1월에 발령하고 한두 달 반짝하다가 이젠 머릿속에서 당연 모드로 넘어가 희미해졌다.


반복되는 일상의 유일한 낙은 가족들의 얼굴이다.

홍진경에게 행복이란 “자려고 누었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요즘 자려고 누우면 걸리는 것이 없는데도 “야~ 나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느끼지는 못한다.

예전에 민원 때문에 고생했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 찐 천국이지만 이 또한 잠잠해지니 감사 모드 며칠을 거쳐 당연 모드로 넘어가 버렸다.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은 충족된 상태가 아니다. 무엇이 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을까? 


아마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것 때문인 것 같다.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현재의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것

(직장 다니고 살림, 아이 케어로도 충분하다. 다 잘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조금은 천천히 릴렉스하게 살아도 된다.)


나의 삶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 어쩌면 선택은 했는데 하나를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의 부족일 듯싶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다 괜찮다. 너의 마음이 가장 중요해. 인생은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니 고민하지 말자.)


아니면 행복하게 지내야 하는 행복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러는 건가?

엊그제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모든 감정이 소중하다고 한 것을 벌써 다 잊어버렸니?

아니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권태라더니...

호강에 겨워 이 지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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