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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Oct 10. 2024

매년 오는 10월이지만, 올해는


얼마 전 도서관 수업의 한 강사님이 질문하셨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네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답은 질문의 내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도 한다. 네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경우도 있고 여름과 겨울 중에 골라야 할 때도 있다. 이번에는 봄과 가을 중에 골라보라고 하셨다.  순간 갈등이 되었지만 가을에 손을 들었다. 오랜 겨울을 지내고 맞이하는 봄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만 골라야 했다. 나와 다르게 다른 수강생들 중에는 봄에 손을 드신 분이 많았다. 



나는 왜 가을을 좋아할까? 수업 중 화제는 이미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가을의 잔상을 따라갔다. 어렸을 때부터 가을을 최애 계절로 뽑곤 했는데 그때마다 상식적인 내용을 근거로 대답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원한 날씨, 독서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왠지 감성이 풍부해지는 듯한 독특한 느낌. 사계절 중 가장 짧아서 더욱 귀하게 느껴져서 등등. 개나리, 벚꽃 따위의 봄의 정취와는 꽤 다르지만 시원한 가을바람과 유난히 높아 보이는 하늘빛, 알록달록 물든 낙엽은 가을만의 매력이다. 



첫째가 어렸을 때 자기도 가을이 좋다고, 특히 10월이 좋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에는 아이의 생일이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생일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고 말해 주었다. 바로 독도의 날과 아이의 생일이 똑같다는 것이다. 독도의 날 기념일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후 함께 기억하고 있다. 아이의 생일을 기억하는 한 늘 '독도의 날'도 함께 연상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듯싶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F%85%EB%8F%84%EC%9D%98_%EB%82%A0






독도의 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 문서는 대한민국의 기념일에 관한 것입니다. 일본의 기념일에 대해서는 다케시마의 날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독도의 날 (獨島-, Dokdo Day)은 2000년 8월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고종 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정하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제정한 1900년 10월 25일 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하였다. 독도수호대는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한 1,000만 인 서명운동과 국회 청원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 편집 ] 大韓帝國 1900年 勅令第41號 『鬱陵島를 鬱島로 改稱하고 島監을 郡守로 改正한...



가을의 본격적인 시작, 10월이 특별한 이유는 더 있다. 바로 안드레아와 나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요즘 둘째가 수시 면접을 다니느라 동행하는 등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막상 그날에는 잊고 있었다. 마침 주말 아침 안드레아와 함께 운동을 하고 건물을 나오는데 그가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왠지 민망한 기분이 들어 무심한 듯한 말을 건넸다. 



  "왜 아침부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음, 정말 몰라서 그래? 음...... 결혼기념일 축하해~"


  "앗, 오늘이구나!"



사실 기념일 일주일 전에 미리 선물도 주고받으며 오래간만에 알콩달콩한 농담도 주고받았지만 막상 기념일이 되고서는 잊은 것이다. 한때 밸런타인데이를 잊었던 것처럼 결혼기념일도 잊은 나. 그래도 그해 화이트데이를 기억했고 올해도 결혼기념일도 먼저 챙긴 안드레아가 있었다. 


  "아, 건망증이야, 뭐야. 난 이게 문제야." 


나는 당황스럽고 미안해서 괜히 '내 탓이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부부는 차로 데려다주는 역할만 했지만 둘째의 첫 수시 면접일이기도 해서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중요한 그날의 일정을 하나 더 남겨두고 있었다. 바로 미사를 봉헌하러 가는 일.



성당 주보를 보니 마침' 본당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평일이기에 성당에서는 대개 바로 전 주말에 소식을 알리고 수건과 같은 기념품을 나누어 주신다. 올해는 선물이 달랐다. 우리 농산물, 우리나라 농부의 피땀이 담긴 쌀 1kg를 신자 수마다 나누어 주셨다. 정성스럽게 병에 담긴 특별한 선물. 단순히 평소와 달라서라기보다 정말 마음 푸근해지는 뭔가가 느껴졌다. 안드레아도 말했다.



  "참 의미 있는 선물이네. 농민분들도 돕고 우리도 좋은 쌀을 먹을 수 있고. 게다가 한 집에 하나가 아니라 사람 수마다 다 주시니 준비하시느라 더 고생하셨겠다."


  "그러게."



다음날 저녁 그 쌀로 지은 밥에서는 햅쌀처럼 윤기가 흐르는 것이 평소 밥을 잘 먹지 않는 둘째도 잘 먹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안드레아는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하나 사 가자고 했다. 매년은 아니지만 올해는 특별히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고 싶었나 보다. 때로는 나보다 더 소녀 감성을 지닌 안드레아가 귀여워서 그러자고 했고 마침 집에 있는 둘째와 함께 촛불 식도 거행하고 노래도 불렀다. 생일 축하 노래에 '생일' 문구만 '결혼'으로 바꿔서.



가끔은 이런 이벤트도 벌인 만하다. 돈이 아깝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간헐적이라도 잠시 멈추어서 나의 시간을,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 격려하는 시간 또한 소중한 인생의 쉼표로 남을 테니까. 마침 그날 미사 중 신부님의 강론도 '부부'의 연에 대한 말씀이었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코 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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