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스윽 Nov 26. 2022

교사의 등을 오싹하게 하는 너의 말

같이 퇴근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어제저녁 10시경에 자려고 누워있는데 진동과 함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단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단다.


내용인즉 '선생님, 저 잠시 생각 정리하러 한강에 왔어요'

선생님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핸드폰을 잡고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네가 이 시간에 왜 한강에 있어.

그 선생님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안 좋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단다.

-안 돼. 살려야 돼.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 뭐라고 해야 하지. 어디에 있니.


일단 답장을 보냈단다.

'OO이가 생각할 게 많았나 보구나. 날씨가 추우니까 일단 집에 들어가서 생각하자. 아니면 선생님이 지금 그리로 갈까? 선생님이 OO이 이야기 한 번 들어줄게. 지금 어디야?'


부모님한테도 학생이 한강에 있다는 연락을 취한 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학부모한테도 학생한테도 답이 없었단다.

-일이 벌어진 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갈 수도 없는데..

이미 잠은 달아난 지 오래되었고 전화를 해도 학생은 받지 않았다. 학생이 어떻게 될까 봐 이 선생님은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들어 미칠 뻔했단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 뒤 문자가 왔다.

'선생님, 죄송해요. 너무 추워서 주머니에 폰 넣어놔서 전화나 문자 안 받았어요.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살아있었구나.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단다.

그게 다음 날 0시였다. 비몽사몽 평소보다 늦게 자서 오늘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일하다가 하루가 갔다고 나한테 푸념하며 들려준 이야기였다.


이 선생님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자에 지레 겁먹고 무서워하는 이유가 있었다. 문자를 보낸 학생은 우리 학교 <생명존중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학생이었다. 자살징후가 있거나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따로 모니터링하고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정대상이었다.


그런 학생으로부터 '한강'에 가있다는 문자를 '저녁 10시'에 받은 것이다.

학생이 혹시나 자살이라도 할까 봐 이 선생님은 저녁 10시부터 2시간 동안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매 해 우리 반에도 생명존중위원회에 들어가는 학생이 1명 정도 있다. 그래서 이 선생님이 혼자 과하게 해석하고 생각했던 그 상황이나 심리를 너무 잘 이해한다.


그저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선생님이 저녁에 겪었을 그 감정은 해프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만에 하나 아이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 전 생각한 사람이 선생님이었고 그런 선생님한테 보낸 마지막 연락이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한 생명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우리 모두 아프겠지만 이 선생님만이 느낄 죄책감과 자책감은 그 누구도 이해하거나 보듬어줄 수가 없다.

나아가 학급관리, 학생관리 못하는 기간제 선생으로 낙인찍히는 경우에는 관내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진다. 정교사는 휴직이라도 해서 심적으로 위로받을 시간을 벌 수도라도 있지. 학생을 잃은 기간제 교사는 누가 위로해주고 일자리는 누가 지켜주나. 그저 낙인찍히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는다. '학생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선생' 그걸로 끝이 난다. 


그래서 기간제인 이 선생님도 자기 혼자 스스로 무섭게 더 생각을 크게 벌려서 생각했을 것이다.

'내 앞으로의 직장인 학교와의 계약' 이것 때문에. 


자살위험 학생 걱정하고 살피다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교사가 먼저 자살할 거 같아요.

기간제 교사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날 위로해주지?


여.. 러.. 분..




 

  


작가의 이전글 옆자리 선생님이 사라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