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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만의 Nov 26. 2021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다

크리스마스 선물



아니 벌써, 크리스마스다.

세월은 자기 나이만큼의 속력으로 달린다더니, 딱 그 말이 맞다.


10대 때는 10km/h,

20대 때는 20km/h

30대 때는 30km/h

40대 때는 40km/h


어찌 보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10대, 20대에는 시간 가는 것이 너무 아까우니 천천히 매시매초를 다 느끼고 의미를 두며 살아가고, 그다음 나이대부터는 크게 새로울 것도 찬란할 것도 없으니 빨리 후딱 지나가버리라고 조물주가 속도를 조절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난해 보다 1km/h만큼 빨리 한 해가 지나가버려서 곧 12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크게 새로울 것도 찬란할 것도 없는 40대의 아줌마가 되어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가슴 한켠에서 실버벨이 딸랑딸랑 울린다.


유럽에서는 12월 하면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춥든 말든 눈이 내리든 말든 다들 빨개진 코를 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뛰어나간다.


유럽을 가기 전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뭐야, 뭐 크리스마스를 파나? 뭐하나? 시장이 선다는 건가? 그랬었다.


맞다. 크리스마스 대목에 광장 체를 꽉 채우는 시골 오일장 같은 시장이 서는 거다.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을 처음 가보고 느낀 건, 와... 예쁘다. 진짜 예쁘다. 하는 거였다.


독일 드레스덴.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인 듯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유럽에서는 곳곳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세워 그 화려함을 뽐내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어보듯 소중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긴다.


크리스마스를 흠뻑 즐기고 제대로 느끼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유럽 큰 도시들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거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세운다.


보통, 그 도시를 대표하는 가장 큰 광장을 싹 비우고 그곳에 통나무집처럼 생긴 부스를 하나씩 세우는데,

그 통나무 집에서는 먹거리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물품들도 판다.

보다 넓은 광장을 가진 도시에는 스케이트장도 만들고 작은 놀이동산도 만들고 양이나 망아지들을 데리고 와 예수가 탄생한 헛간을 실제처럼 연출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들기 전에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아주 큰, 정말 거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는 것인데, 우연히 프라하 광장에서 오층높이 정도 되는 나무를 기중기로 옮기고 장식하는 것을 본 후,

'아.... 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정말 진심이구나. 진짜 제대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유럽에 사는 4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즐길 작정을 하고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 돌아다녀보았다.

3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하면


독일 드레스덴 마켓, 독일 뉘른베르크 마켓, 오스트리아 비엔나 마켓


이렇게 세 개의 마켓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는 것 같다.

체코 프라하 마켓도 유명하지만 역사나 규모로 봤을 때 네 번째(?) 정도? 내 기준 네 번째 정도로  손꼽아두자.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 예쁘고 화려하지만 내 기준 그중 으뜸은 독일 드레스덴 마켓이었다. 독일 드레스덴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크리스마스 용품 상점이 있고, 그곳은 정말 예쁜 쓰레기들의 천국이었다.

너무나 너무나 예쁘지만 사고 나서 일 이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는 걸 알면서도 살 수밖에 없는,

크리스마스 풍차, 크리스마스 오르골 등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용품들.


그곳에서 종일 있는다 해도 크리스마스 요정이 된 느낌으로 반짝거리는 예쁜 것들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용품점을 나오면 어둑어둑해진다. 이제 어둠의 세상이 되었겠거니 예상한 크리스마스 용품점의 바깥은 예상과 다르게 따뜻한 오렌지색 세상이 되어있는데, 작고 앙증맞은 각각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켜놓은 전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들이 광장을 수놓는다.

눈이라도 내리면 오렌지색에 하얀색이 더해지며 더욱 크리스마스 다운 분위기가 난다.

드레스덴 광장의 중간에는 그리 크지 않은 놀이동산이 생기는데 그곳에서는 관람차를 타보는 것도  좋다. 관람차를 타고 크리스마스 마켓의 하늘에 큰 반원을 그리며 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드레스덴 광장이 한눈에 보이고 상점은 작게 사람은 더 작게, 광장 전체가 하나의 트리처럼 느껴지고 상점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오너먼트가 되어 크리스마스 밤을 장식한다.


입김을 호호 불며 뜨거운 와인을 마시는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법칙. 절대 잊지 말자.


뜨거운 와인으로 발그레해진  볼을 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홀린듯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면 산타모자를 쓴 성가대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캐럴. 그 언어가 어떤 것이든 크리스마스 캐럴은 내 마음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던 내가 이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어린 내가 뾰로롱 하고 튀어나와 함께 캐럴을 따라 부르는 것 같은 상상.

 

' 잘 살았다~, 고생했다~, 애썼다~' 하고 어린 내가 나이 든 나를 어루만져주는 느낌.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심장이 벅차오르는 그런 위로.


부푼 가슴에 설렘 안고, 크리스마스의 오렌지 빛깔들 눈 속에 가득 담고, 천사의 축복 캐럴의 선율 마음껏 느끼며 그 마음 그대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행사, 크리스마스 마켓.


올해는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었다 하니 이렇게라도 유럽의 아름다운 크리스 마켓의 지난 기억만이라도 들추어가며 추억해보자. 앞으로 더 많은 크리스마스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도 말자.




추가로 스페인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까사바트요 였다.


가우디 까사바트요

평소 뼈모양의 기둥때문에 뼈의 집이라고 알려져 있는 까사바트요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얀 풍선과 조명으로 장식되는데 이 또한 예술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천재도 바보도 세상 일 다 잊고 모두가 다 아름답게 빛나는 크리스마스의 반짝임을 즐겨보도록 해요 하듯 건물을 하얀색 장식으로 가득 채워두었다.

가우디의 천재성을 크리스마스 장식로 잠시 덮어놓은 건물을 꼭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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