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 6일에 태어난 남매둥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인 니큐(NICU)에서 지내다 아들은 40일 만에, 딸은 47일 만에 집으로 퇴원했다. 이른둥이는 자가호흡이 제일 흔한 문제인데 둥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자가호흡을 할 만큼 건강한 편이었다. 더욱이 MRI, 초음파, 선천성 대사 검사 모두 정상이었고, 황달이나 장염 같은 이벤트도 없었기에 집에만 오면 다 된 줄 알았다. 이제 무럭무럭 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특히나 딸아이 육아가 쉽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아들보다 뒤처졌다. 집에 온 첫날부터 눈을 말똥말똥 잘 뜨던 아들과는 다르게 딸은 눈을 감고 지내는 날이 많았다. 지금 와서 보니 뇌가 아직 미성숙해서 그랬던 거 같다. 분유를 쭉쭉 잘 먹는 아들에 비해 딸은 적은 양인데도 먹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먹는 게 이렇다 보니 잠의 질도 달랐다. 아들은 푹 잘 자는 편이면 딸은 밤에도 새벽에도 자주 깼다.
결국 이런 패턴은 성장에서 큰 격차를 만들었다. 딸은 1.1kg, 아들은 1.4kg으로 비슷하게 태어났지만 갈수록 몸무게 느는 속도가 달라 교정* 170일인 지금은 약 3kg이나 차이가 난다.
* 교정 : 이른둥이의 발달 평가를 위해 40주 만삭에 태어났다고 가정하고 그날로부터 일자를 세는 것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산후 도우미 서비스가 끝났던 7월 초 이후였다. 딸아이가 분유를 먹는 중간에 "끄응" 하며 팔다리를 비틀며 힘을 주었다. 원래 새벽에도 용을 자주 썼기에 처음엔 용쓰는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새벽에도, 낮에도, 수유 중에도 계속 "끄응"하며 몸을 틀었다. 본인 의지와는 무관한 움직임이었다.
못난 나와 남편은 7월 말이 되어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니큐에 연락했다(한 달이나 지나서 병원을 데려간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다). 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받아 본 신경 전문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은 당장 진료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고, 그 주 목요일에 첫 진료를 보고 다음 주 화요일에 뇌파를 찍었다.
딸을 데리고 혼자 진료를 보러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뇌파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 아이가 뇌전증이래."
심장이 멎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