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 6일에 이른둥이 남매가 태어났다
배아이식 4번 만에 남매둥이를 임신했다. 서른 후반 끝자락에, 1년 만에 이룬 결실이었다. 그땐 쌍둥이 임신이 위험한 일인 줄 몰랐다(노산도 이미 고위험인데 둥이까지 임신한 나는 고고위험 산모였다). 단지 한 번에 두 명을 낳아서 땡큐라는 생각만 있었다.
올해 초 독감을 앓았다. 일주일 동안 기침을 심하게 했는데 두 번 정도 배에서 뭔가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정기검진 차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담당 교수님은 경부 길이를 재보시더니 당황해하셨다. 안정적이던 경부길이가 1cm가 됐다고, 자궁 입구도 열려 있어 이 상태라면 2~3일 안에 출산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며 말끝을 흐리셨다. 고작 24주 4일 차였다.
진료가 끝나자마자 휠체어를 타고 고위험 산모센터에 입원당했다. 내 평생 처음 해보는 입원이었다. 그만큼 건강에는 자신이 있던 터라 조산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교수님은 우선 10일만 버텨 보자고 하셨다. 하늘이 도왔는지 10일이 20일이 되고, 입원한 지 한 달 반이 지나 30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원래 나의 목표는 34주 0일까지 아이들을 뱃속에 품는 거다 보니 한 달만 더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1cm였던 경부 길이가 0.7cm로 줄어들면서 양수가 새기 시작한 것이다. 조산하면 아이들의 호흡이 가장 문제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폐성숙 주사를 맞았다. 수술할 상황을 대비해 금식하면서 가진통, 진진통을 견디며 이틀을 보냈다.
교수님은 자궁문이 7cm가 열려 있다며 자연분만이 가능하니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이틀 동안 진통한 게 아까워서, 왠지 나는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근자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3간가량 똥 싸듯이 힘을 줬지만 끝내 실패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선둥이 딸의 호흡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갔다. 분만실에서 수술실을 내려가는 순간에도 진통이 계속 왔다. 무섭고 아파서 마취과 교수님께 두 손으로 빌었다. "교수님, 저 전신마취 해주세요ㅠㅠ"
얼마나 지났을까. 환한 불빛에 깨우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여긴 어디지? 맞다. 나 출산했지. 아이들은 건강히 잘 있을까?' 깨어남과 동시에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출산의 기쁨 대신 공허함과 슬픔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