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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 Dec 04. 2021

우리 슬픔이 마를 때까지 사랑을 하자

누가 그랬다. 사랑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12월은 내게 특별한 달이다. 모든 능력치들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달로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당연하게 행복해진다. 생일이 있는 달이라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생각지도 못한 관계의 사람들이, 한동한 소원해졌었던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전한다. 형식적이고 사무적이더라도 나는 기분이 좋다. 생일이 지나고 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어떤 저녁 파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메뉴를 고심한다. 크리스마스니까 양식이 좋을까? 싶다가도 작년에 감바스에 스테이크였는데 또 같은걸 먹기엔 또 그렇다가도 매년 같은 날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건 또 특별한 날 같아서 꽤 괜찮은 방법 같으면서 이랬다 저랬다 기분 좋은 고민을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연말 자정을 기다렸다가 새해 소원을 빌 예정이다. 새로운 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새 마음 새뜻으로 새 출발을 위해 빌 소원 리스트를 준비해야 한다. 작년에는 어떤 소원을 빌었더라? 독립출판을 해볼 거라고 그랬었나. 그래서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그랬었나. 아 이건 내 새해목표였었나?


올해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들이닥쳤다. 좋아하지 않는 전세방 계약 복비를 무르면서 이사를 나갔다. 상반기에는 이사에 목숨을 걸었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에 걸려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요양하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순간들은 1. 혼자 여행을 떠났을  2. 글을 쓰기 시작했을  이전과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생각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필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려고 연차를 써뒀던  주에 입원생활을 하면서 양천구 병원 창밖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나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나보다 늦게 입원한  맞은편 침대의 환자가 나보다 먼저 퇴원을   처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그때 다짐했다. 나는 사랑을  거라고.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좌절감에 사무치던 순간 버틸 방법이 '사랑'말고는 떠오르질 않았다.


입원하고 나서 하루 뒤에 전세방을 빼고 이사를 했다. 원래는 혼자 하려고 짐도 거진  싸놓고 반포장 이사도 불러놨었는데 내가 입원하는 바람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엄마가 올라와서  대신 이사를 해주고 당일에 다시 집으로 내려갔다. 퇴원하고서야 이사한  15 만에  집에 들어갈  있었다. 엄마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챙겨  고추참치와 노니 진액 2L 4병을 보면서 그냥 웃음이 났다. 부산에서  이런  챙겨 왔나 싶다가도,  그냥 그게  . 그때 나는  집을 사랑할 것이란  알았다. 병원에서 끌고  캐리어 짐을 풀고 이사 박스를 풀고 몸살이 났다. 그래도 좋았다. 나의 안전이 되어주는 집에 정을 붙여가는 중인  같았다. 며칠 있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두껍고 따뜻한 옷가지들을 사려고 쇼핑을 나갔다. 혼자서 뽈뽈뽈 돌아다니며  겨울을 보내고도 충분한 쇼핑을 하고서 그날 밤에는 정말 앓았다. 그래도 좋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앓아가면서도 골라온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있다.


올해는 정말 많이도 굴곡졌었다. 꽤 많이 슬퍼했고 적당히 신나 했던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이 퐁당퐁당 이 아니라 퐁퐁퐁 당당당 이렇게 밀려오는 것 같아서 꽤 많이 버거웠지만 12월이니까 앞으로 몰아칠 당당당이 좀 설렌다. 요즘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 사소하지만 귀여워하는 티스푼 받침 같은 취향이나 야식은 맥도날드 감자튀김에 선데이 아이스크림 초코맛을 좋아하는 거. 깜깜한 밤에 스탠드만 켜 놓고 두툼한 외투에 수면바지를 입고서 보온물주머니를 껴안고 창을 열어 야경을 구경하는 걸 즐기고 전시회에서 사 온 포스터를 액자에 걸어 장식한 벽면을, 나름의 거금을 들여 구입한 머스터드색 소파 위로 가득 들이치는 햇볕을 보면서 아늑한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긴다.


사랑을 하니까 슬픔이 마른다.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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