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좀 변태 같을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정말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헐떡이면서 도착한 잔디밭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그게 그렇게 속 시원할 수가 없다. 근육통으로 다리가 당기는 건 당연하고 호흡근까지 당기는 느낌이 좋다. 이제 3Km 너머를 뛸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잘 달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는 좀 느린 편이다. 내 주위의 러너들은 보면 하나같이 내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달린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는 조깅 수준이란다. 내가 달린 3km를 고작이라고 불렀다. 고작 3km 뛰었던데? 깔본 사람이 체대생이라 할 말을 잃었다.
종종 사람들이 내게 철인 삼종경기를 준비하냐고들 묻는다. 3Km 달리기를 뛰고, 30km 자전거를 타고, 26m 풀장에 다이빙을 하러 다닌다. 아 정정하자면, 다녔다. 코로나에 확진되기 전까지. 2차 접종까지 한 이후에 코로나에 걸려서 그런 건지 막 심한 후유증이 남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에서 대기하면서 혼자 격리해 있을 때 쫌 아팠고, 입원 후 첫 검사에서 백혈수 수치가 미달이었던 것 말고는 금세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미각도 후각도 증상 발현 열흘째 모두 회복했다. 폐렴이 오지도 않았고, 그렇다 할 후유증이 남지도 않았으니까. 퇴원하고서는 정말 코로나 전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방 창문을 열면 곧장 바다가 보이는 바닷가 마을에 살았던 초등학생 시절엔 여름이면 바다에 하루 3번씩 들어갔다. 그리고 바다에도 한 3번을 빠졌다. 그래도 물이 무섭다거나 공포스럽지 않았다. 바닷물이 짠 게 맞고 물에 빠지면 마실 수도 있지. 그러려니가 됐다. 집이 코앞인 바다니까. 빠져도 금방 건저질 테니까. 바다에 빠진다 한들 별 대수롭지 않았다. 내게 바다는 좋아하는 대상이자 안전한 곳이다.
그런데 확진 이후 물이 조금 무서워졌다. 이제는 다이빙을 못 할 것 같다. 숨을 참고 다이빙을 하기 전, 최종 호흡도 아니고 준비 호흡부터 안된다. 부드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온 몸의 긴장을 풀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숨이 거칠다. 폐활량이 줄었는지, 숨이 막혀서 호흡이 거칠어지니까 들이마시는 숨에 몸이 뜨고 내쉬는 숨에 몸이 가라앉는다. 호흡이 안되니 잠수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이퀄라이징도 안 돼서 압력 때문에 귀에 통증이 온다. 올여름 울릉도 휴가는 물 건너갔다.
그래서 뛰기로 했다. 10km를 한 숨에 뛸 거다. 그 정도가 되면 고작이라고 안 불릴 것 같기도 하고. 올여름엔 물놀이 대신 땀에 찌들어볼 생각이다. 3km를 뛰고서 평균 심박수가 180을 웃도는 몸뚱이가 한숨에 뛸 정도가 되면 폐활량이 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다. 그렇다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진 않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해볼 요량이다. 올림픽공원을 내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n)km별 코스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 코로나 완치자가 되고, 올해 첫 달리기를 다녀왔다. 무슨 몸이 고장 난 것처럼 다리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몸뚱이는 다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서 이게 무슨 난린가 싶어서 웃음이 났다. 고작이라고 불려도 괜찮은 것 같다. 동그라미를 그리며 뛰었다, 거꾸로 뒤돌아 반시계 방향으로 뛰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달렸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달리기를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