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장미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도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주위에선 혼자 독립해서 나온 집이 오히려 제 집 같고 편하다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혜주는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본가를 더욱 좋아하는 편이었다. 부모님도 계시고, 동생도 가끔 들르는 집이 훨씬 친숙하고 따뜻했기 때문에 혼자 사느라 삭막한 작은 방보다는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을 옮기면서 어쩔 수 없이 감행하게 된 자취인지라 더욱이 혜주는 제 자취방에 가지 않고 곧바로 집에 가는 날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퇴근하기 전부터 엉덩이가 들썩이고, 집에 들어갔을 때부터 느껴질 따스한 냄새가 벌써부터 코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집 생각이 나서 옆에 있던 동기가 눈치를 줄 정도였다. 얼른 제 차에 오른 혜주는 정신을 단단히 차리기 위해 제 뺨을 몇 번이나 가볍게 친 후 운전대를 잡았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올 때가 다 되어서 하늘은 남색의 천을 두르기 전에 주황빛의 가벼운 천을 꽤나 오랜 시간동안 두르고 있었다. 해가 다 지기 전에 얼른 출발해야겠다. 작게 튼 라디오의 노래가 오늘따라 더 즐겁게 들렸다.
“어, 엄마. 나 혜준데, 이제 집 다 와가. 응. 거기 다리야. 어딘 줄 알지?”
오늘은 차가 유난히 막히는 날이었다. 모두 퇴근하고 제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더뎌진 탓에 짜증이 잔뜩인 모양이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이 귀를 아프게 만들었다. 잠시 차가 멈춰있는 순간에 혜주는 얼른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저를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께 먼저 식사를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얘기할 참이었다. 부모님은 그 정도면 금방이니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혜주는 절대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집에 갔을 때 부모님이 식탁에 손 댄 흔적이 아무것도 없으면 크게 화 내겠다는 말도 잊지 않고 말이다. 하늘은 어느새 새로운 색의 옷을 갈아입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퇴근할 때만 해도 태양과 닮은 주황색의 옷을 멋드러지게 입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위로 보라색의 외투가 걸쳐져 있었다. 두 가지의 색이 예쁘게 스며들어 저마다의 색을 자랑하고 있다. 어쩜 하늘은 저렇게 예쁜 색깔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서 잘 하지 않는 태평한 감상도 내뱉을 수 있었다. 차가 막히는 걸 남들보다 훨씬 답답해하며 짜증을 내던 평소의 혜주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집에 가서 그런가, 하루 종일 평소보다 운이 좋았었던가, 저도 이유를 찾지 못할 만큼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
앞에서 막혀 있던 차들이 빠졌는지 다른 차들도 점점 움직이기 시작한다. 혜주도 그들의 뒤를 따라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다리 위의 수많은 차들이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있었다면 바깥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 텐데 차를 끌고 출근해서 아쉬웠다. 자동차만 바쁘게 달리는 이 다리는 혜주가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버스를 타고 꼭 지나다니던 곳이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올 때 꼭 이 다리를 지나고 있으면 하늘은 예쁘게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멀미를 하느라 바쁘던 머리도 창문 밖의 하늘에 고정하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던 날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창문 속 풍경들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미묘하게 하늘의 색깔이 달랐고, 다리 밑의 물빛이 달랐다. 그 작은 틈을 찾아내는 짧은 순간이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서 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보다는 자가용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놓치게 된 아쉬운 즐거움이었다. 차를 운전하고 있으니 앞이나 주위의 차 외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혹여나 사고가 날까봐 마음이 언제나 작은 긴장에 묶여 있다. 그게 꼭 바깥의 풍경이라도 볼 수 있었던 학생 때와 달리 당장 앞만 보고 가는 것 외에 할 수가 없는 직장인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그때는 그래도 쉴 수 있고,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갈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대학생일 때에도 그렇게 자유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자유라고 느낀다면 사람은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조여드는 삶을 사는 건가 싶기도 하다.
차는 쉬지 않고 달렸고, 혜주의 마음은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었다. 어린 시절 언제나 누비고 다녔던 길목이 보이고, 어색한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학교가 보인다. 옛 추억이 그득 묻은 동네는 이곳에서 지낼 때보다 살지 않을 때 더욱 반갑고 좋았다.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별로였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가방만 챙겨 나왔다. 계단도 평소와 다르게 성큼성큼 올라가게 된다. 다들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온 동네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마음이 술렁거리지? 익숙한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열 때까지 혜주는 그런 생각을 했다. 걱정스러운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 왔어?”
집에 잘 오지도 않는 동생이 무슨 일인지 저보다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먼저 식사를 하라고 으름장을 놓아 그런지 식탁 위에는 저 한 사람만 먹을 음식 외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얼굴도, 어색하게 앉아있는 동생도 이상해서 혜주는 천천히 가방을 내리고 늘 앉던 제 자리에 앉았다. 앉고 나서야 제 앞에 있어야 할 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정면을 보던 고개가 휙 돌아가 부모님을 응시한다. 입을 굳이 열지 않아도 여기에 있어야 할 이가 왜 없는지를 묻는다는 것은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혜주의 시선을 무시하고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앉으셨다. 혜주의 맞은편에 앉아야 할 이를 제외하고 모두 다 앉아 있었지만 평상시에 느꼈던 따스한 온기는 어쩐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갔어요?”
“혜주야…….”
“나 휴가 받아 와서 오랜만에 같이 자려고 했는데 어디 갔어요?”
혼자 나갈 수 있는 이도 아니고, 가족들이 싫다고 어디 숨어 있을 이도 아니다. 언제나 가족들 곁에서 저를 묵묵하게 기다리던 이였다. 혜주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머리 위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또 스쳤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말하면 진짜일 것 같아서. 현실이라고 체감하게 될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가족들도 그런 혜주에게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공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고 무거웠다. 아무나 대답해봐요. 어디 갔어요? 꾹 막힌 목소리가 공백 위를 날카롭게 스친다. 가족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한참 또 그렇게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침묵이 유지되었다. 저녁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서 점심 이후로 먹은 것이 없는 위는 공복이라고 소리쳤지만 혜주는 묵묵하게 숟가락도 들지 않고 가족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방에서 나와 저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문 닫힌 방들도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지킨다.
“어제 갔다.”
결국 마지 못해서 입을 연 것은 혜주의 아버지였다. 이미 어머니는 울고 계신 것 같다. 현실이 야금야금 혜주를 갉아 먹는 것을 느꼈다. 어디로 갔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제야 혜주는 제 앞에 있어야 할 이는 저보다 더 빠른 시간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잠든 그 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던 것이었다. 만물이 같은 속도로 시간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속도로, 같은 시간을 걷는다면 행복할 텐데. 분명히 나보다 어려야 하는데 잔뜩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그 이가 갈 곳이 어디인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곳일 것이다. 집에 오기까지 행복했던 기분이 어딘가로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나고 있는 걸까? 고개를 푹 숙이니 허벅지 위로 방울방울 떨어진다. 배는 먹은 것이 없어서 굶주렸다고 아우성인데 혜주는 입맛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지도 못하고, 소리도 없는 울음을 내뱉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울음에 소리가 없었다. 집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동생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혜주를 따라 울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우는 혜주를 대신해서 엉엉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 울음이 계속해서 현실을 깨닫게 한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았다. 혜주에게는 어쩌면 짧은 시간이었을지언정 그 이에겐 평생과도 같은 긴 시간이다. 함께 한 시간이 짧으면서도 절대 짧지 않았다. 혜주의 몸에 그 시간만큼을 누가 도려내버린 것 같다. 비어버린 맞은편의 뒤로 베란다의 큰 창이 보인다. 거기에 비친 혜주는 몸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그 위로 물이 쉴 새 없이 빠져나간다. 마치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동생은 혜주의 등을 치며 울었다. 차라리 우는 소리라도 내라면서. 왜 우는데 제대로 울지 않냐며 저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혜주의 목에 울음이 그득 찼다. 오랜 시간 제 옆을 지켰던 친구이자 가족이, 제 집과 같았던 그 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꼭 짐승의 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집안을 빼곡하게 채워 넣기 시작했다.
진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눈물을 빼고 있는 혜주의 곁을 묵묵하게 지켰다. 어제 그 이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혜주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눈이 다 짓무를 때까지 울고 나서야 울음을 겨우 멈춘 혜주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데려간 곳은 그 이가 묻힌 곳이었다. 그 이의 몸집만큼이나 아주 작은 무덤이었다. 거기에 멈춰 서고 나니 다시 눈물이 났다. 무덤이 너무 작았다. 그 이가 여기에 살았는지도 모를 만큼 너무 작고 소박했다. 이게 최선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더 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지난 밤, 새로운 여행을 가기 위해 마지막 힘을 냈을 그 이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어제부터 여기에 와 있을 걸. 이럴 줄은 모르고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위급하다고 이야기 해주지 않은 가족들도 미웠다. 근래에 회사 일이 바빠서 이런 일을 얘기하면 방해가 될 거라고 배려해준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니까 얘기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불쑥 튀어나왔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텅 비어버린 혜주 위로 켜켜이 쌓여 눈물이 났다. 쥐어짜듯이 또 운 것은 무덤을 보자마자 한 일이었다.
부모님은 그만 울라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울어봤자 그 이는 가고 없으니 혜주라도 정신을 차리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그 이를 빨리 보내려는 것 같아서 혜주는 엉엉 울었다.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예쁜 옷을 입고 있던 하늘은 어느새 칙칙한 까만 옷으로 갈아 입고 난 뒤였다. 그게 꼭 상복과도 같아 보여서, 저 대신 옷을 입어준 것과 같아서 혜주는 무덤을 뒤로 하고 하늘을 가만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집에 왔는데 오늘 잠에 들 수 있을까 의문만 드는 그런 밤이었다.
**
꿈에서 혜주는 이상하리만치 꾸준히 걷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녹인 것처럼 숫자와 시침, 분침으로 가득한 길 위를 계속해서 걸었다. 꼭 시간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저 앞에 있는 이가 이미 떠나버린 그 이일까. 저렇게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그 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도 짧았던 것일까? 혜주는 저 이를 지금 잡지 않으면 영영 떠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만약 정말로 시간을 걷고 있는 것이라면 저 이의 발걸음에 맞춰 더욱 빠른 시간을 걸어도 괜찮으니 붙잡고 싶었다. 시침이 발에 걸리고 숫자가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도 혜주는 꿋꿋하게 달리고, 또 달렸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 같았으니까. 지금 붙잡는다면 무덤도 사라지고, 그 이가 이곳에 없단 사실도 사라질 것 같았다. 다시 눈을 뜨면 식탁의 맞은편에 앉아 혜주가 앉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이 단란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검은 방에 누워 잠에 들 때에도 그 이가 있어 외롭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뛰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멈춰주면 안 돼?”
같이 가자. 나랑 같이 걸어가자. 같은 속도로. 너무 빠르게 걷지 말고. 저를 부르는 말을 들었는지 앞에 있는 그 이는 발을 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혜주는 곧바로 그 이를 따라잡아 그의 손을 움켜 쥐었다. 그는 혜주를 마주 보지 않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먼저 시간을 걷고 있던 이가 참 커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을 때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왜 아무 말이 없어? 나랑 가기 싫어? 지금 속도가 좋아? 나도 이 속도로 맞춰 걸을게, 응? 손을 잡고 애원하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덜컥 겁이 났다. 언제나 말 없이 맞은편에 앉아 있어서 혜주는 사실 그 이의 기분을 정확히 안 적이 없었다. 늘 제 맞은편에 앉아 있었으니까, 함께 같은 자리에서 잠들었으니까 당연히 저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가 느낀 감정과 마찬가지로 가족이라 생각할 거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답이 없으니 제 착각이었던가, 하는 걱정이 든다. 갈 데가 없는 이니까 꿋꿋하게 싫은 사람들을 붙잡고 평생을 살아왔나, 하는 그런 걱정. 나와 같은 언어로 대화를 못 한다는 게 불편하고, 싫었던 적이 없는데 그 이는 그런 걸 참고 살아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불편했다. 어떠한 대꾸라도 좋으니 내 말에 반응을 해주면 좋겠다. 혜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
그 이는 혜주가 팔을 붙잡고 빌자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꽤 매몰차게 혜주의 손을 떼어냈다. 혜주는 그런 그 이의 행동을 가만히 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가 이렇게 보이는 것으로 혜주를 거부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혜주는 떨어진 제 손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를 거부한 게 크게 실감나지 않았다. 그 이는 혜주의 손을 떨어뜨린 그 손을 머리로 옮겨 머리카락을 가만 쓰다듬었다. 마치 생전에 혜주가 그 이에게 해줬던 것처럼 말이다. 혜주는 손이 닿자마자 번뜩 고개를 들어 그 이의 눈을 바라봤다. 시간의 흔적으로 탁하게 변했던 동공이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그 이의 생각을 오늘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저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떠나 이제 가야 한다는 그의 또렷한 신호라는 것을 혜주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 이의 손을 더 잡을 수 없었다. 손이 내려가고 그 이는 금방 다시 발을 움직였다. 혜주가 걸을 때는 분명히 거슬리고 방해가 되었던 시침과 분침들이 그 이의 발은 쉬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보다 더 빠른 시간을 그는 계속 여행한다. 혜주가 따라갈 틈도 없이 그렇게 계속, 계속.
**
다시 눈을 뜨니 본가의 제 방이었다. 새까만 어둠이 방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이었다. 혜주는 제 옆자리를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차갑고 싸늘하게 비어 있었다. 어디 갔지? 올 시간인데. 왜 옆에 없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그 이를 찾는다. 소파 위에도, 식탁 의자들 위에도, 베란다에도, 화장실에도, 부엌에도, 다른 가족들이 자고 있는 방에도 그 이는 없다. 당연히도. 혜주는 다시금 느껴지는 현실에 얼굴을 감싸쥐었다. 지독한 꿈을 꾸었는데, 꿈보다 현실이 더 지독하다. 그 이가 여행을 가는 것을 그렇게 보냈으면서도 눈을 뜨면 당연하게 옆 자리에 있을 그 이를 찾는다. 그 이는 이제 여행을 위해 땅으로 돌아갔는데도 말이다. 평소라면 핸드폰이라도 보고 있으면서 새벽을 보낼 텐데, 그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팔에서 느껴져야 할 온기가 없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욱 침대 위가 싸늘하다. 여름이라 다 치워놓은 전기 장판이 절로 그리워질 정도로 말이다.
머릿속에 어제 하루가 다시 그려진다. 집에 오기 전까지 신나 있던 모습도, 맞은편의 그 이가 없어서 당황한 제 자신도,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울던 제 모습도, 그의 아주 작은 무덤도 머릿속을 바쁘게 스쳐지나간다. 혜주는 차라리 다시 잠에 들고 싶었다. 그 이의 뒷모습이라도 좋으니 다시 그 꿈을 꾸고 싶었다. 꿈을 꿀 때에는 벗어나면 제 옆에서 자고 있는 그 이가 있을 줄 알고 깨어나고 싶었는데, 현실에 돌아오니 다시 꿈을 꾸고 싶었다. 그 이가 너무 많이 늙어버린 후부터는 제 방에 그의 물품들이 한가득이었는데 부모님이 언제 다 치운 것인지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내 가장 늙은 친구이자 가장 어린 친구는 시간을 너무 빨리 걸어서 이미 내 곁에 없다. 현실을 자각하는 게 맞는데, 이별을 이겨내는 게 맞는데, 평소라면 이렇지 않을 텐데, 오늘따라 너무 버겁고 어려웠다. 그를 위해 잔뜩 받아놓은 휴가가 다 쓸모 없어 보였다.
혜주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을 안 하기 위해 머릿속을 비웠다. 동이 트고,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잠은 잤어? 얼굴이 영 아닌데.”
“잤어. 금방 깨서 그래.”
“으이구….”
새벽에 자지 않은 저만큼이나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와 마주한 혜주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히 웃어보이며 식탁에 앉았다. 찬물과 약을 들이키신 어머니는 곧바로 혜주에게도 찬물을 건네주었다. 그게 꼭 정신을 차리라는 이야기를 대신해서 주는 것 같아서 혜주는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것을 들이키고 나니 머리가 얼얼했다. 몇 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도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저가 우스워서 이상한 웃음도 나왔다. 한창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 어머니는 잠에 든 그 이를 보면 꼭 그런 얘기를 했다. 올해만 버텨줘. 올해만 버텨줘. 너 없으면 혜주 큰일 난다. 알지? 조금만 더 버텨줘. 어릴 적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를 보며 저가 익숙해진 줄 알았다. 처음에는 그 말 한마디에 찔끔 나던 눈물이, 들으면 들을수록 나지 않기 시작해서. 나중에 먼 길을 여행하러 그 이가 떠난다고 해도 웃으면서 수고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현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너무 더뎌서 힘들었다.
“별로 안 아팠어.”
“응?”
“별로 안 아프고 갔어. 그 전 날인가? 저녁부터 못 걷기 시작하더니 엄마 보는 앞에서 눈 감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래 살았어, 그 정도면. 언젠가 어느 책에서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호상이냐고 소리 치는 장면을 본 것이 기억났다. 그때 크게 공감하던 혜주 본인의 모습도 같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말을 다시 들으니 정말로 그 말이 맞는 말이란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든, 다른 무엇이든 죽음이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었다. 죽음이 본인에게 자유가 되더라도 남아있는 사람에게 좋은 것은 절대 못되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고생하는 순간조차 함께하지 못함이 죄스러웠다. 마지막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걸까. 얼굴이 어땠는지, 어떻게 생겼었는지, 마지막에 저와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눈물이 났는데 실체가 비어버린 것처럼 까마득하다. 겨우 기억하는 것은 꿈속에서 보았던 그 또렷한 동공 뿐이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하면 깨어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던 의사의 말도 떠오른다. 아직 이별을 의연하게 넘기기에는 자신이 참 나약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생각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지럽게 돌고 있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나 오늘은 그냥 자취방으로 갈래.”
“응? 여기 더 안 있고?”
“응. 그냥 좀, 혼자 있고 싶네.”
혜주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 간단히 씻고 얼른 자취방에 가고 싶었다. 본가에 돌아오면 자취방에 돌아가기 싫어 빈둥거리던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당장 가지 않으면 못 있을 것처럼 움직였다. 아버지와 동생은 깨기도 전에 준비를 다 끝낸 혜주는 어머니께 짤막한 인사만 남기고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혹여 혜주가 정신도 못 차린 상태로 차를 끌고 가다 사고라도 날까 싶어 버스를 타는 것까지 보겠다며 혜주의 팔을 이끌고 정류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괜히 혜주가 가라앉을까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나니 저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혜주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 이의 빈자리를 인정하고, 이겨내는 것은 다른 가족들도 해야 할 일이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이 혜주라 해도 함께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혜주가 지금 그것을 거부하고 자취방에 간다는 것은 그런 가족들의 상처를 부정하고 혼자 저 자신을 감싸려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제 상처를 보듬고 싶었다. 꿈에 나온 그 이의 얼굴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혜주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다. 아직 그 이가 없는 본가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차라리 싸늘한 자취방에서 울 수 있는 만큼 울고, 기대를 품고 본가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나았다. 그게 더 꼴사나울지라도 혜주가 할 수 있는 것 중에는 가장 나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잘 타지 않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꽤 이른 아침이었던 터라 버스 안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적당히 편한 좌석에 아무렇게나 앉은 혜주는 멀미로 어지러운 머리는 애써 무시하고 바깥의 풍경을 구경했다. 오래된 추억이 가득한 동네 사이사이에 그 이와 함께 하던 어린 제 모습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저가 살던 동네를 모두 지나고 매 번 버스 안에서 보기만 했던 다른 동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혜주는 눈을 감았다. 멀미가 한꺼번에 밀려와 머릿속을 아프게 괴롭혔다.
버스가 다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제 봤던 다리가 아침이 되어서 보니 새로운 다리 같았다. 하늘은 새벽의 색을 다 빼지 못해서 흐릿한 하늘 색을 품고 있었다. 아직 날이 다 밝지 않아서 태양을 뒤로 하고 하얗게 제 모습을 겨우 드러낸 달도 보였다. 그 하늘과 마주한 강은 오히려 어제보다 더 어두운 빛을 하고 물결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태양이 열심히 떠오르고 있다. 강도, 하늘도 곧 태양의 주황을 닮은 옷을 입을 것이다. 날은 계속 찾아온다. 시간은 변함없이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그곳을 얼마나 빠르게 걸어다닐지 정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이곳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것도 그 이의 결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꿈에서도 저를 두고 그렇게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혜주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어제도, 꿈에서도, 자고 일어나서도 그렇게 울어서 눈물이 더 이상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는 것이 많았나 보다. 다리 위에서 늘 봤던 풍경이 바삐 지나간다. 놓지 못한 미련을 내려놓기 위한 생각이 오답인지 정답인지 가르쳐 줄 그 이는 이미 여행을 떠난 뒤였다. 아마 혜주가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이것에 대한 해답을 들을 수는 없으리라. 먼저 떠난 이를 뒤쫓아간 이별이 다리 위에서 겨우 정리되고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을 혜주는 알았다.
자취방에 가면 못다한 잠을 자야겠다. 그리고 늦은 식사를 챙기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을 조금 더 잘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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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일어날 시간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잠에 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자취방의 싸늘한 분위기가 익숙치 않아서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몇 번 뒤척이던 지난 밤은 다 거짓말인 것처럼 혜주는 베개에 머리를 두자마자 잠에 들었다. 가족들에게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하나도 받지 못할 정도로 푹 잤다. 자고 일어나니 삭막한 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문 앞에 그 이가 차분히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언제나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 혜주는 그것이 제 집착의 산물이란 것을 깨달은 참이었다. 절로 돌아가는 고개를 꾹 참고 간단히 먹을 식사를 준비했다. 어제 저녁부터 울기만 했지,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서 위가 공복으로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괜히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소화가 잘 되는 음식 몇 개를 차려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작은 방에 맞춰 두 사람이 겨우 앉을 만큼 작은 식탁 위에 소소한 반찬과 밥이 자리를 잡았다. 혜주가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그 이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했다. 혜주는 붉어진 눈을 꾹꾹 누르며 애써 그 자리를 보지 않았다. 그 이는 이미 여행을 가고 없었다. 이 자취방에 있을 이유는 더욱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을 갔다면 거기에서 잘 지내라고 하는 것이 혜주가 해야 할 일이란 것을 다리 위에서 울며 깨달았다. 첫 울음부터 눈물이 터지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 중에서 깨달음을 쥐어준 것은 다리 위에서 운 마지막 울음뿐이었다. 꿈에서 마지막 인사도 했다. 진짜 그 이의 얼굴은 사진을 보지 않는다면 이제 제대로 기억할 수 없겠지만 또렷해진 동공은 혜주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테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지만 그 이를 잘 보내려면 지금은 괜찮아야 하는 게 맞았다.
“잘 가.”
“…….”
“이제 안 붙잡을게. 네 여행을 응원할게. 네 뒤를 열심히 뒤따라갈게.”
그러니까 이 삭막한 곳에 있지 말아줘. 언제나 따뜻한 집에 있어주면 좋겠어. 자취방에 홀로 앉아있는 그 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가족들 틈에서 행복한 그 이의 모습이 아닌, 홀로 빈 집을 지키며 나를 기다리는 그 이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내 곁에 없어도 행복했으면 한다. 혜주는 이제 조금 웃으며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식사는 이미 끝낸 지 오래였다. 그 이의 뒤에 아주 짧은 꼬리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혜주의 가족들과 지내기 이전부터 짧아져 있는 꼬리는 탁한 동공과 같이 혜주의 아픈 손가락들이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처음부터 나와 함께 같은 시간을 걸었으면 행복했을 텐데. 이런 생각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그 이의 결정대로 그 이는 여행을 떠난 뒤니까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그 이의 가족으로서 혜주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 이는 혜주의 손 위로 작은 머리를 살포시 얹었다. 혜주는 다른 손을 들어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천천히, 부드럽게. 자그마한 머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손 위의 온기도, 무게도 사라질 때까지 혜주는 계속해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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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혜주는 본가에서 출퇴근을 했다.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기도 했고, 그 이가 마지막으로 없어진 곳이 제 자취방이다보니 생각보다 혼자 있는 것이 쓸쓸했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서 다리 위를 지나다니는 버스를 열심히 타고 다녔다. 출퇴근 시간이 많이 길어진 것이 고역이긴 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직 다리 위를 지날 때 우는 날이 많았다. 밤에 갑작스레 깨어 제 옆자리나, 빈 거실을 볼 때에도, 남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볼 때에도 혜주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어렵게 보내준 만큼 아직 참을 인내심이 있었다. 바라는 것은 혜주가 여행을 시작할 때 그 이가 기다리고 있어주는 것이었다.
혜주는 가끔 우체국에 가져가지 못할 편지를 썼다.
나보다 조금 빠른 시간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여행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
언젠가 나도 죽고 너처럼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내 곁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친구들이 해주었어.
그래서 조금 기대하고 있어.
여행을 시작할 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기대하고 있어.
그곳은 네가 지내기에 조금이라도 더욱 편안한 곳이면 좋겠다.
다 쓴 편지 봉투 위의 까만 발자국은 그 이가 몰래 다녀간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프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혼자는 아닌 것 같아서.
가장 가까웠던 내 작은 집에게 언젠가 꼭 써주고 싶었던 이 글을 바칩니다.
____ 장미 therosenove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