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AN Mar 24. 2022

매일 술이 먹고 싶은걸 보면 난 우울한가봐

스트레스 이상변동

매일 술이 먹고싶다. 라면 5봉을 한 패키지에 묶어놓은 봉지는 옷장에 숨긴다. 각종 컵라면은 책장에 진열을 해놓고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려 입꼬리를 양위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내 왼쪽 심장은 찌릿하며 지속적으로 이상변동을 알린다. 하지만 무시한다. 당장 병원에 가도 별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가만히 내비둔다.  


어느날은 필라테스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 왜이렇게 갑자기 흰머리가 많아졌어요?" 살면서 흰머리가 많이난 적이 없던 나라 당황스러웠다. 나는 볼 수 없는 뒤통수에 자라나버린 나의 흰머리. 내 스트레스의 결과물이 었으며 내 고민덩어리였다. 어느날은 보이지 않는 흰머리에게 말을 걸었다. "넌 뭘 어쩌다 이렇게 하얗게 새어버리거야!!!" 물음표도 아닌 느낌표 세개로 아무데도 표출할 수 없는 감정을 적나라히 드러내버렸다. 그래서 더 하얗게 새어버렸나 싶기도하다. 


아. 술이 먹고싶다. 친구와 적당히 먹고 집에 들어와도 술이 먹고싶다. 아무도 나를 말리지않고 눈치도 보지않은 채 술이 먹고 싶다. 술 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 마냥 그냥 흥청망청 술이 먹고싶다. 그래서 술을 먹고 또 술을 먹고 그 다음 날 좀 처럼 풀어지지않는 숙취로 고생을 하며 며칠이 날라가도 매일 술이 먹고싶다. 이렇게 매일 술이 먹고싶은걸 보니 난 우울한가보다. 우울이 우울을 잠식하고 내 허기를 잠식한다. 아. 술이 먹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Simmons? 시몬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