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잘 안쉬어진다. 숨이 벅차 이대로만 숨이 멎을 것 같아 입을 벌리고 공기를 한가득 들이마신다. 그래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가슴에 큰 돌이 틀어막혀있는 기분이다. 누군가, 가까운 누군가 날카로운 칼날로 내 속을 헤집었다. 피가 주르륵 흐르다 쏟아지는 모양을 억지로 틀어막아본다. '괜찮다고 그들이 나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날 사랑하니 그것으로 되었어' 라며 반창고를 얼기설기 어설프게 붙여본다. 그러다 '이런 내가 누굴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하기도 벅차 숨도 못쉬는 이 상황에'라는 생각이 뇌를 비집었다. 이런 모양새가 마치 믿고 따르던 사랑하는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동물같다. 숨 쉬는 것조차 벅차서 새액새액 숨만 겨우 쉬고 있는 그들의 모양새.
머리로는 괜찮은데 가슴이 계속 쓰라리다. 아궁이에 불지피듯 불쏘시개로 후비는 느낌이다. 속이 타오르다 못해 토할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고 숨을쉬고 별일 없다는듯 웃으며 인간관계를 맺어간다. 예전에 가까운 누군가와 다투다 내게 "넌 말로 사람을 죽여. 넌 살인자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무심코 던진 어떤 말에 그 사람은 이런 기분이었나 싶다. 그러다 어제밤은 '이런 나를 누가 사랑하겠어.' 부터 '난 쓸모가 없나.' 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헤집었다. 그리고 다시 또 혼자 '내가 날 사랑하니 괜찮아. '라는 생각으로 응급처방을 내려보는 무한 반복의 밤을 지냈다. 눈물이 비집어 나와 줄줄 흐르는 이 밤이 언제 끝나려나 하며 가슴이 쓰리는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꽤 오래 연애를 쉬었는데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였다는걸 깨달았다. 나를 사랑하는 것조차 힘들고 벅차서 여유가 없다. 상처만 받으면 동굴에 움크려 숨만 쉬고 싶은 나를 억지로 밖으로 끄집어내 멀쩡하게 다니는 것조차 힘이드는데 누구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남이 내게 주는 사랑도 사실 부담스러워 옆으로 미루는 나에게 누굴 사랑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당신이 내게 무심코 던진 그 돌에 알아버렸다. 그 돌이 손 윗 어른들이 손 아래 아이에게 주는 첫 교훈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