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건 나 자신을 잃게 만드니까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부를 수 없는 내 고운이에게.
나 나름 괜찮은거 같아. 너의 일방적 통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너 없는 내 삶이 과연 온전한가도 싶었고 당장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았어. 머리가 하얘서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무작정 널 상처내고 내 감정을 앞세워 너를 몰아세웠어.
지금은 겨우 5-6일이 지나 며칠 전에는 전화도 걸어보고 네가 평소엔 잘 시간인데도 일이 있다며 다음날 연락하겠다며 말했던 순간도 왠지 모르게 차분했어. 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걸 알았기 때문도 있고 나도 너도 우리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니까.
우리가 마지막이 되었다. 결국엔 네가 좋게 말해서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내민 나의 반성과 널 향한 내 사랑이 쪽팔리지 않을 수 있어서 내가 괜찮을 수 있을거 같아.
나는 아직 네게 미안한게 많아. 네가 힘들어했던 순간마다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나도, 순간적 선택으로 인한 의심에 시달려야했던 너, 끝끝내 널 깎아내려야만 했던 내가 지난 시간 속에 있었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서웠어. 누군가를 사랑하는건 나 자신을 잃게 만드니까. 언젠가 네가 없어지면 내가 너무 힘들까봐 무너지는게 무서워서 표현도 마음도 반만 주려하고 일부러 아닌척 내 방어만 하기 바빴어. 내 모습은 대부분 툭하면 서운하다 심통부리면서 확인받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이었더라.
나는 늘 도망만 다녔어. 내 방어선 속에 넌 늘 불도저 처럼 밀려들어와서 그렇게 마음을 내주다가 어느새 바라게 되었어. 이전엔 네가 내게 기대하고 바라던게 많았는데 어느순간 부터는 넌 내게 바라는게 없다더라.
우리 그래도 예뻤다. 우리가 많이 놀러다니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당신의 말과 사랑에 눈물겹지 않은 날들이 없었어. 내 20대의 빛이 되어줘서 고마워.
가끔은 원망할거같아.그리고 가끔은 널 그리워도하면서 애증처럼 미워도 할거같아. 아직은 널 보내지 못했어. 그래도 난 아직도 널 생각하면 예쁘고 안쓰럽고 애달파.
사랑한다기엔 이젠 놓아줘야할듯해. 좋아한다기엔 감정이 더 크고.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말은 보고싶다 그리고 그립다 뿐이야. 그립다.